필리핀이 로마 가톨릭을 받아들인 1521년 3월 16일로부터 500년이 되는 해인 올해 로마 가톨릭 바티칸 본부에서는 교황 프라치스코가 로마거주 필리핀 가톨릭 성도와 함께 특별 미사를 드리고 희년 성당 13곳을 선포했다.

이와 동시에 이 희년 성당을 방문하면 가톨릭 특유의 ‘면벌’이라는 ‘대사’(Indulgence· 고백 성사를 통해 죄가 사면된 후에 남아 있는 벌을 교황이나 주교가 면제해 주는 행위)를 선포했다.

흔히 가톨릭에서 고해성사를 통해 면죄를 해주는 전통을 잘 알려져 있지만, 죄를 면해 줬다고 해서 벌까지 개인에게 주어지는 면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벌을 받지 않게 해주는 면벌을 받아야만 죽음 이후에 고통 받는 벌을 받지 않게 된다는 교리는 개신교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죄와 벌을 따로 구분하는 가톨릭 특유의 교리이자 전통이다. 개신교인들에겐 생소한 개념이지만 가톨릭 내부에선 매우 큰 은혜로 여겨진다.
 
 ▲필리핀 세부 다나오 지역에 있는 성 도마 성당 전경. 필리핀에는 가톨릭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필리핀 내 13개 성당을 순례하는 면벌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가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면벌 대상 성당으로 선정된 세부 다나오 지방의 성 도마 성당. ⓒ데일리굿뉴스

지난 3월 14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은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필리핀에 13개 성당을 순례하는 성도들은 ‘면벌’을 시행하게 된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이번 13개 성당의 순례를 원하는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과는 맞지 않는 선언이다.

특이하게도 이번 선언 이전에 코로나사태에 대해 코로나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행위를 하면 특별 ‘면벌’을 받을 수 있다는 명령이 작년 3월 20일에 있었다.

이번 희년 성당 선정으로 부활절인 오는 4월 4일부터 20일까지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필리핀 주요 13개 성당으로 모여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부 다나오 지역의 코로나 방역상황은 이러한 ‘면벌’을 위한 순례객들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근래에는 코로나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진 상황인 가운데 대다수 사람들이 마스크조차 쓰지 않은 채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의 여름인 4월에 있는 13개 성당 중에 포함된 다나오의 성 도마 성당 순례 방문 시에는 더위로 더 많은 사람들이 개인 마스크조차 성실히 착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는 순례객들의 입장 수를 제한한다는 조치가 나와 있기는 하지만 ‘면벌’을 받기 위해 모여드는 인파를 통제한 가운데 질병을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태영 선교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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