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적 공신력을 잃고, 반기독교 정서가 만연한 시대에 직면했다. 코로나19로 드러난 한국교회의 과제를 짚어보는 GOODTV 연중 특별기획 ‘주여, 이 땅을 치유하소서’ 23회에서는 한국 교회 리더십의 현주소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영적 리더십은 무엇인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행신침례교회 김관성 목사와 강남대학교 백소영 교수, 기독교인문학연구원 강호숙 박사, 교회개혁실천연대 이헌주 사무국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사회는 나상오 교수(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가 맡았다.
 
 ▲왼쪽부터 기독교인문학연구원 강호숙 박사, 행신침례교회 김관성 목사, 백석대학교 나상오 교수(사회자), 강남대학교 백소영 교수, 교회개혁실천연대 이헌주 사무국장

교회 내 의사결정, 탑다운 방식 탈피해야
공론의 장 열려야...‘평신도 리더십’강조
목회자·중직자, 교회 안팎의 ‘섬김’ 필요


사회자 나상오 교수(이하 사회): 코로나19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을 두고 교계 리더십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코로나 상황에서 보여준 개신교 리더십은 어땠나.

이헌주 사무국장(이하 이): 한국교회총연합 등 한국교회 리더십은 정부가 예배 제한을 두자 이를 교회 탄압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특정 목회자들은 방역 지침을 어기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시민사회가 위기 가운데 있음에도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시민사회와 함께 연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백소영 교수(이하 백): 이는 개교회 안에 있는 한 목회자의 답이 전체 교회의 답이 돼 버린 구조적 문제에 있다. 교회 구성원들이 신앙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어느 순간부터 교회 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한국교회 리더십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관성 목사(이하 김): 일부 목회자들이 목회를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가장 지적하고 싶다. 더 빨리, 더 크게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만이 목표가 되다 보니 이를 이루는 과정이나 방법이 성경적이지 못한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사회: 교회 리더십들에게 요구되는 윤리적 덕목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강호숙 박사(이하 강): 교회 리더십은 예수 그리스도가 지도자의 원형으로 본을 보이셨다는 전제 위에 세워져야 한다. 그리스도의 권위는 군림이 아닌 희생과 십자가, 성육신 섬김의 모습이었다. 하나님께서 교회 리더를 세우실 때는 사람을 세우고 사람을 살릴 때 세우는 것이지 본인이 통치하고, 다스리라고 세운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나아가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교회 지도자들이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이: 리더십을 세울 때 윤리성 등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정해놓은 프레임 안에서 리더를 세워놓고, 그 리더들에게 권한과 채임을 다 부여하고 ‘이런 리더십이 당신에게 필요해’라고 요청하는 것은 한국교회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못하는 부분일 수 있다.

사회: 목회자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이고 어떻게 발현돼야 할까

김: 목회자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겸손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가 탑다운 방식의 의사소통 구조에서 탈피해 수평적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교회 내 민주적 절차에 의해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들이 만들어질 때 목회자가 겸손한 포지션에서 교회를 운영하고 인도해 가는 문화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사회: 평신도 리더십을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 공론의 장을 열어 줘야 한다. 평신도들이 각자 개인의 목소리를 교회 안에서 자유롭게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수 교회 중직자 중심의 폐쇄적인 교회의 구조가 변화돼야 한다.

백: 과거의 평신도는 목사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대의 평신도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의견을 개진하고 때로는 교회 내 잘못된 제도에 반기를 들기도 한다. 현재 우리 사회가 수평 구조를 향해 가고 있는 만큼 교회 안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모습들을 조금은 희망적으로 바라봐 주면 좋겠다.

사회: 코로나19로 비대면 예배를 드리게 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체감하는 상황이 됐다. 디지털 내러티브 세대를 받아들이기 위해 교회에는 어떤 리더십이 새롭게 세워져야 한다고 보는가.

백: 이들을 끌어들이는 데 있어 영성이 오히려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의외로 많은 친구들이 공정성, 투명성, 정의, 보편 등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런 것들을 교회 공동체가 나서 관계 안에서 교육할 수 있다면 요즘 세대 아이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 한국교회가 이런 리더십의 전환기에 있어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되는데 코로나를 계기로 한국 교회에 어떤 리더십이 요구되는가.

강: 생태신학의 특징은 관계학이다.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이 다 공존해야 한다는 옆으로 보는 관점을 이야기한다. 예수님의 성육신이 인간의 자리로 내려온 것과 똑같이 옆으로 봐야 한다. 교회는 앞으로 생태적 리더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낮은 곳을 향해 가고 기득권을 다 내려놔야 한다. 교회가 세상에서 보지 못하는 유기적 공동체의 본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크리스천 리더십을 갖추려면 교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김: 세상과 거꾸로 가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교회 재정에 있어 기본적인 운영비만을 제외하고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는 교회들이 많아져야 한다. 교계 이런 움직임이 확산하면 자연스럽게 세상이 교회를 향해 소망의 이유를 묻기 시작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 종교에 대한 깊은 회의가 개혁과 변화를 일으켜가는 역동의 추진력이 된다고 본다.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포기하지 않는 그 누군가를 통해 한국교회가 변화되고 건강하게 세워질 것으로 생각한다.

백: 민수기에 보면 슬로브핫의 다섯 딸을 기꺼이 회막 앞에 나오도록 허용했고, 생각도 못 해본 법 개정안을 듣고 하나님께 답을 물으러 들어갔던 모세의 뒷모습을 한국교회의 희망으로 제시하고 싶다. ‘슬로브핫 딸들의 말이 옳다’ 이야기할 수 있는 리더십. 그것이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강: 리더는 신앙이 좋고 하나님의 대리자라고 생각하는 교인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모든 크리스천이 하나님의 형상을 드러내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고 영적인 능력도 갖고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또 목회자의 말씀이 잘못됐다고 생각될 때는 맹목적인 순종보다는 때로는 성도들이 이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내줬으면 한다.  

김: 여기저기서 이름도 빛도 없이 하나님 말씀대로 건강하게 사역하고 세상을 섬기려는 교회들과 목회자들도 굉장히 많다. 이를 본 삼아 크리스천들이 소망을 가지고 주어진 자리에서 하나님 앞에 헌신하는 모습들을 세상 앞에 많이 보여줘야 할 것이다.
 
종교문화사회팀

[데일리굿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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