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SH공사 마곡 분양원가 자료 은폐의혹 규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전 서울시장들의 재직시절 분양가 공개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4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자료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SH공사가 분실했다던 마곡지구 분양원가 자료가 지난달 국회 의원실에 제출됐다"며 "원가 자료를 고의로 은폐하고 거짓 진술로 재판부와 시민을 속였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해 12월 22일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부에 '마곡 15단지 설계내역서를 사무실 이전 과정에서 분실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서증을 제출했다.
 
하지만 두 달도 안된 올해 2월 15일 SH공사 측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마곡지구 15단지 설계내역서를 포함한 원가 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4월 SH공사는 마곡·내곡지구 등에 대한 설계내역서와 하도급내역서 등 세부 자료에 대한 경실련의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하고 비공개 처분했다. 경실련은 같은 해 7월 서울행정법원에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경실련의 손을 들어주면서 지난해 4월 일부 자료를 공개하도록 했다. 다만 마곡 15단지 설계내역 등에 대해선 자료가 없다는 공사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경실련은 "세부 자료는 법률에 근거해 당연히 있어야 한다"며 SH공사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항소했다. 공사 측도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일부 공개 결정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져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에 경실련은 "허위 문서를 제출하고 서울시민을 속인 SH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책임을 묻겠다"며 "서울시장 후보자들은 SH공사에 대한 근본적 개혁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박원순 시장 시기 서울시가 마곡 15단지의 원가를 숨겨온 이유는 바가지 분양 수익을 숨기기 위해서다. (오 전 시장 때와 비교해) 물가인상분 이상으로 건축비가 오른 것이 수상하다"고 밝혔다.
 
하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기 발산 4단지 분양가는 평당 598만 원인 반면, 박원순 시장 재임기 마곡 15단지 건축비는 평당 1천218만 원이다.
 
이어 하 의원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SH 사장이었던 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을 언급하며 "변 장관이 부동산 적폐의 원인이다. 이런 사람을 국토부 장관을 시킨 것은 비리를 은폐하려 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SH공사는 이날 반박 자료를 내 "1심 재판부의 자료 제출 요청에 대해 해당 자료가 각 사업부서 별로 산재해 있어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며 "절대 고의로 문서를 미제출한 것이 아니며 2심에 관련 자료를 찾아 제출 완료했다"고 밝혔다.
 
또 "재판이 종결되면 그에 따라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진행 중인 소송에 있어 소송 당사자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비판했다.

[차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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