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주>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는 봉사활동은 많은 제약이 생겼죠. 하지만 그런 상황과 여건에서 도움이 필요한 곳은 또 생기기 마련이죠. 봉사도 계속 변하고 발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 및 소독 봉사에 나선 김양심 씨. ⓒ데일리굿뉴스

설 대목장을 앞둔 지난달 6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알프스시장. 한 손에 소독액을, 다른 손에 헝겊을 들고 시장 상점들을 차례대로 돌며 출입문 손잡이부터 계산대까지 꼼꼼하게 닦는 여인이 있었다.

주인공은 경남 울산시 울주군의 울주군 여성자원봉사회장 김양심 씨(63)다. 김 씨는 이날 봉사단원 20여 명과 함께 몇 시간에 걸친 소독 작업을 후, 준비해간 마스크를 행인들에게 나눠줬다.

이날 방역 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대목 오일장이 열리기 전날 이뤄졌다. 1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소독·방역은 이제 당연하고 필수적인 봉사활동의 하나가 됐다.

봉사활동이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게 김 씨의 생각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변화의 필요성을뚜렷하게 증명했다.
 
 ▲김양심 씨가 회장으로 있는 울주군여성자원봉사회의 회원들이 지역 내 취약계층에 전달하기 위해 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김 씨의 울주군여성자원봉사회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졌을 때 수천 장의 천 마스크를 만들어 취약계층에 보급했다. 어린이집·학원 차량이나 택시를 소독하는 ‘방역
정류장’ 봉사에도 참여했다.

김 씨는 “25년 전에는 복지사 방문도우미가 없어 마을마다 돌며 독거어르신 댁을 방문해 청소와 목욕을 시켜드리고 반찬도 챙겨드리면서 말벗도 돼 드렸다. 특히 매년 5월 가정의 달에는 독거어르신 합동 생신상차림 행사 등 다양하게 봉사를 해왔다. 그 외 산불이나 수해 등 재해를 당하는 곳이 있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 조그만 힘이라고 보태려고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에 해오던 봉사활동에 변화가 생겼지만 김 씨는 봉사를 중단하지 않았다. 이제는 코로나 시기에 적합한봉사활동인 마스크 만들기와 소독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울주군과 롯데삼동복지재단과 함께 봉사활동 연계 물품지원사업 협약식 때의 김양심 씨(가운데). ⓒ데일리굿뉴스

봉사활동 30년이 코앞인 김 씨는 2년 임기의 울주군여성자원봉사회장을 연임하며 4년째 맡고 있다. 울주군여성자원봉사회는 11개 읍면에서 286명의 회원들이 회장인 김씨와 함께 봉사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김 씨의 오랜 봉사활동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일까. 지난 2019년 9월에 불어 닥친 태풍 미탁으로 인해 경북 울진의 한 산골마을의 산사태로 가옥이 절반가량 피해를 한 집을 봉사원들 30여 명과 함께 방문해 하루 종일 흙덩이를 치우고 살림살이를 제자리로 갖춰놓았을 때였다.
 
 ▲태풍으로 수해피해를 당한 가정을 방문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김양심 씨와 울주군여성자원봉사회원들. ⓒ데일리굿뉴스

당시 피해를 당한 집은 귀농 2년차의 부부였는데 채 농촌생활 적응도 하기 전에 당한 변으로 아내는 쇼크로 병원에 입원했다. 남편도 삶을 포기하고 싶다고 하소연할 때였다.

그러나 김 씨와 봉사자들의 종일 수고에 힘을 내보겠다고 용기를 내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김 씨는 “이름 때문에 ‘양심은 안 팔아먹겠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마음을 다해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신규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