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폭로에 의해 빠진 쌍둥이 자매 이재영, 이다영의 빈자리는 흥국생명에게 너무나 큰 치명상이 됐다. 학폭 폭로로 인해 양 선수가 빠진 빈자리를 김연경 혼자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줄곧 1위를 굳혔지만 쌍둥이 자매가 빠진 후 연패를 거듭하던 중 지난 2월 28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패배 후 1위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2월 28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경기. 흥국생명 김연경이 GS칼텍스에 실점하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아래쪽 가운데는 러츠. (사진출처=연합뉴스)

반면 GS칼텍스는 장기 집권하던 흥국생명을 끌어내리고 여자 프로배구 1위가 됐다.

GS칼텍스는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마지막 6라운드 맞대결에서 흥국생명을 세트 스코어 3-1(25-19 25-19 22-25 25-17)로 제압했다.

GS칼텍스는 4연승 속에 18승 9패, 승점 53을 기록하며 흥국생명과 승점과 승수가 같아졌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세트 득실률에서 앞서 흥국생명의 독주를 끝내고 1위로 올라섰다. GS칼텍스가 1위로 나선 건 올 시즌 V리그 개막 후 처음이다.

GS칼텍스는 '삼각편대' 메레타 러츠(30점)-강소휘(18점)-이소영(17점)이 고르게 활약했다.

팀 공격 성공률에서 51.23% 대 42.63%로 크게 앞선 것은 물론이거니와 높이(10-6)와 서브(8-4) 싸움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흥국생명은 이 경기에서 상대의 예리한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브루나 모라이스(22점·등록명 브루나)와 김연경(15점), 이한비(7점)의 단조로운 측면 공격에만 의존한 경기를 펼친 끝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국가대표 레프트 이재영을 보유하고 있던 흥국생명은 올 시즌에 앞서 국가대표 세터이자 이재영의 쌍둥이 동생 이다영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영입했다.

여기에 국내로 복귀한 '배구 여제' 김연경까지 합류하면서 흥국생명은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 '흥벤저스' 등의 수식어를 안고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지난해 10월 31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3-2로 승리하며 선두에 오른 뒤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시즌 중반 이후 팀 내 불화설의 두 주축인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과거 학교폭력 논란에 휘말리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두 선수가 전력에서 빠지면서 고비를 맞은 흥국생명은 결국 선두 자리를 빼앗기고 거의 다 잡았던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놓칠 위기에 빠졌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이 향후 어떤 대안으로 위기의 흥국생명을 다시 일으키게 될지, 침몰이 계속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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