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 ⓒ데일리굿뉴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새로운 적과 치열한 싸움을 했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 속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들은 속절없이 감염돼 큰 고통을 겪거나 심하면 생명을 잃었다.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도 국가적 차원의 강력한 방역 명령으로 인해 일상의 삶이 제한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상실이 꼭 역기능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상의 제약은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혹은 사회의 관습을 따라 살아왔던 삶의 모습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예를 들면 회사의 재택근무를 들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사회가 되면서 많은 회사가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처음 재택근무를 도입할 때는 근무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등 여러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온라인으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불필요한 중간보고와 잡무, 그리고 상하 인간관계에 소모되는 시간과 정신적인 에너지들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효율이 늘었다는 보고가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선입견에서 벗어나 더 나은 업무수행 방식을 찾게 된 것이다.

교회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집단 중 하나가 바로 교회다. 코로나19로 인해 진행하던 행사들을 멈추고 나니, 정작 이 행사들이 교회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교회의 귀한 자원이 불필요한 곳들에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코로나19가 준 귀한 교훈 중 하나다.

무엇보다 교회의 본질적인 면에서도 코로나19는 많은 변화를 가져다줬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퍼진 이후 교회의 두 가지 존재 목적인 ‘모여’ 예배하는 것과 ‘흩어져’ 전하는 것이 모두 제한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회는 ‘예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대면 예배를 강행해야 하는가?’, ‘비대면 예배를 예배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다양한 질문이 교계에서 오갔다. 아직 누구도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교계의 일치된 답을 제시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나 당연해서 생각해보지 않았던 예배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같은 비대면 예배라도 아무런 생각 없이 화면을 보며 드리는 예배와 진지한 고민 속에 드리는 예배는 분명 다를 것이다.

교회의 또 다른 중요한 본질인 흩어져 복음을 전하는 것도 많은 도전이 있었다.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어려워진 것도 한 이유이지만, 그와 더불어 코로나19 상황 가운데 교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대중에게 드러난 점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복음을 전하는 일은 이제 한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교회 전체의 거룩함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본격적인 온라인 시대가 열리면서 교회는 더욱 투명하고, 성실하며, 더욱 진실한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을 깊이 깨닫게 됐다.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은 이 시간을 잘 활용해서 타인과 사회의 시선 속에서 바라보던 나를 깨고 정말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내가 누구이며,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을 위해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이 시간을 익숙했던 모든 것을 일단 멈추고 더 나은 답을 찾아보는 쉼표로 활용하길 원하신다. 한국교회와 모든 성도들이 하나님의 선한 계획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이영훈 위임목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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