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비트코인 가격은 이상 급등이 아닌가 싶다. 비트코인 가격이 왜 이렇게 높은지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처럼 말했다.

사실상 우회적으로 투자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앞서 22일(현지시각)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비트코인은 거래를 수행하기에 극도로 비효율적 수단이며, 매우 투기적 자산으로서 극도로 변동성이 높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 총재는 여야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비트코인 관련 전망을 요청하자 "워낙 급등락하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전망이 현재로서는 아주 힘들다"면서도 "암호자산은 내재 가치가 없다"고 나름의 평가를 밝혔다.

비트코인은 이달 16일 사상 처음으로 개당 5만달러를 넘어섰고, 시가총액도 1조달러(약 1천100조원)를 돌파했다. 국내 거래에서도 이달 20일 개당 6천500만원을 넘었다.
 
▲답변하는 이주열 한은총재(사진 출처=연합뉴스)

아울러 이 총재는 '빚투(대출로 투자)' 등을 통한 무리한 주식 투자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이성적 판단과 자제를 당부했다.

유경준 의원(국민의힘)이 현재 국내 증시가 과열 상태인지 묻자 그는 "과거와 비교해 주가 상승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고, 이례적으로 개인의 비중이 대단히 크고 증시 주변자금도 급증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주가) 수준을 가지고 이야기하기는 뭣하지만, 전반적 추세나 개인 투자 자금의 조달원 등을 보면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차입 자금을 통한 과도한 레버리지로 투자를 하면 조그만 외부 충격에도 타격이 크기 때문에 그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과도한 낙관적 기대를 갖고 차입으로 투자하는 것은 자제해야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2020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말 기준 가계 신용(빚) 잔액은 1천726조1천억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3개월(10∼12월)간 카드대금을 빼고도 가계대출만 약 45조원이 불었는데, 역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분기 증가 폭이었다.

이처럼 최근 가계 빚이 급증한데는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 영향도 있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 등 자산 투자용 자금 수요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강한 신용대출 규제에도 불구, 작년 4분기에만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19조5천억원)이 24조2천억원이나 뛰어 역대 최대에 이른 사실이 대표적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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