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금융기관뿐 아니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제약회사까지 침투해 전방위 해킹을 벌이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국제사회는 해킹조직의 배후에 북한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북한 소행으로 추청되는 해킹으로 2019∼2020년 벌어들인 사이버범죄수익은 4천억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범죄수익이 핵·미사일 개발자금 조달에 사용됐을 거라고 보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17일(현지시간)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소된 박진혁·전창혁·김일 등 북한군 정보기관 정찰총국 소속 해커 3명은 미국 정부와 방위산업체, 금융기관 등에 대한 해킹 공격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금융기관과 기업을 겨냥한 공격을 통해 13억 달러(약 1조4천억원)가 넘는 돈을 빼가려는가 하면, 정부와 방산업체 등에서는 정보를 훔치려고 시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해킹 수법으로는 컴퓨터 속 데이터를 이용할 수 없게 만들고 이를 '인질' 삼아 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금품 요구 악성 프로그램)와 시스템 관리자나 정보 책임자에게 악성코드를 심은 이메일을 보내 정보를 빼내 가는 스피어 피싱(표적 온라인 사기) 등의 방식을 활용했다고 전해졌다.

미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16일 북한이 해킹으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원천기술을 훔치려 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위의 사례가 북한으로 의심되는 이유는 북한 군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라자루스(Lazarus)'와 '김수키(Kimsuky)' 등 해킹 조직의 과거 행태와 일치하다는 점에서다.

라자루스는 2014년 미국 소니픽처스와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을 해킹, 2017년 '워너크라이'라는 이름의 랜섬웨어 유포했으며, 2019년 인도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공격했다는 의심을 받는 대표적인 북한 연계 해킹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김수키도 2014년 한국수력원자력을 해킹하고, 2019년 통일부·경찰청과 암호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잇달아 피싱 공격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한국 국방부가 최근 발간한 '2020 국방백서'를 보면 이처럼 북한이 운영하는 사이버 부대의 규모가 6천800여 명에 달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최근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이와 같은 해킹으로 얻은 범죄 수익이 3억1천640만 달러(약 4천32억원)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 돈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보안 전문가는 이와 같은 북한의 해킹이 일반적인 사이버 공격과 구별되는 특성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미국 보안업체 파이어아이의 수석 애널리스트 루크 맥나마라는 지난달 팟캐스트에서 북한의 사이버공격에 대해 "해커 양성부터 공격 그룹 지원까지 모두 정부 주도하에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며 "조직의 경제적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에 주목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제사회의 비난에 북한은 지난해 두 차례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자금 세척 및 테러자금지원 방지를 위한 국가조정위원회 대변인' 명의 담화를 내고 사이버 공격 연루설을 '미국의 모략극'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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