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대 권득칠 총장ⓒ데일리굿뉴스
20세기 기독교 교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운동 가운데 하나는 에큐메니칼 운동이다. 교회란 본질에 있어서 보편적이기는 하지만, 오늘날 교회는 현상이나 제도적인 면에 있어서도이미 세계적인 실체가 됐다.

이와 더불어 현대 기독교인들의 의식 속에는 교회가 세계교회의 차원에서 하나의 기독교 공동체의 모습으로 표상돼야 한다는 요청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교회 현실은 매우 급속한 교회성장의 역사와 더불어, 극심한 교회 분열의 역사 위에 서 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우리는 그래도 교회일치 또는 교회연합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을 끊임없이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다행스러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종래의 교회일치운동 또는 교회연합운동이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결과 신학적 담론이나 교회연합사업 형태의 일회적 프로그램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으로써 지속적인 실천 차원에 있어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추상적 이론이나 급진적 문제 제기와 고발의 형태만으로는 교회일치 차원의 교회 개혁에 대한 실천적이고도 발전적인 논의 전개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인식 아래에서, 에큐메니즘은 근본적인 면에서 재발견돼야 한다.

에큐메니즘의 시각으로 우리의 교회 현실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것이 다름 아닌 에큐메니칼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요청되는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에큐메니칼 시대에 있어서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갖춰야 할 자세는 포용성과 개방성일 것이다. 이러한 에큐메니칼 정신은 과거와 같이 자신의 교파나 입장을 절대화하고, 다른 교파나 다른 입장들을 배격하는 배타적이며 폐쇄적인 태도로 설득력을 잃게 한다.

더 나아가 전쟁이나 기아, 기후 변화 등과 같은 인류가 직면한 글로벌한 세계의 문제들에 대한 종교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며,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하나됨을 추구해야 한다는 당위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와 같이 볼 때에 교회는 더 이상 한 지역 교회나 한 교파 교회로만 존재하려 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인 또한 한 지역 교회나 한 교파 교회의 교인으로만 머무를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폐쇄적이며, 배타적인 개교회주의는 오늘날 현대 사회에 있어서 사회 조직의 세분화에 따르는 이해관계의 다양화가 초래하는 전체 사회적 차원의 대립과 갈등에 대한 교회와 교인들의 신앙적 관심과 접근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은 교회일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종래의 교리·신학적 요인보다도 더 심각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요인에 대한 교회적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교회 현실 속에 이제 교회일치란 더 이상 단순한 교회연합 활동을 위한 한시적 프로그램이나, 교리·신학적 대화의 틀 속에 가둬 둘 수만은 없다. 오히려 오늘 이 시대를 향하신 하나님의 구원사역에 대한 올바른 인식하에, 비록 소수이지만 참된 교회를 염원하며 부패한 교회의 권위에 맞서서 끊임없이 진리의 편에 서 있는 우리의 형제들과 연대해야 한다.

이제 2021년 새해를 맞아 하나님과 교회를 사랑하는 기독교인들에게 맡겨진 중대한 과제는 생활과 신앙이 따로 노는 잘못된 신앙 행태, 오히려 교회개혁의 걸림돌이 돼버린 목회자, 기복신앙의 자리에서 세상 위에 군림하는 교회, 타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교회의 모습을 방관하는 신학적 실천의 빈곤, 업적주의와 물량주의로 흘러버린 선교, 교회의 가부장적 성차별 문화 등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자기반성적 비판이 필요하다.

아울러 함께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시켜 가는 교회개혁운동에 연대하며 기도로 후원하는 투철한 신앙적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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