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부터 국내 HIV/AIDS 감염자 수가 매년 1,000명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2013년 기점 매년 천명 이상 감염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의 적극적인 예방 홍보 활동 등으로 전 세계 신규 HIV/AIDS 감염 발생은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신규 HIV/AIDS 감염 발생은 역으로 급증하고 있다.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에이즈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이에 감염돼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에이즈라고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HIV/AIDS 감염자 수는 2013년부터 매년 1,000명 이상씩 나오고 있다. 작년에만 역대 최다로 1,222명의 신규 감염자가 신고됐다. 이중 남성이 1,111명이었다.

10 감염, '동성 간 성접촉' 주원인

최근 10~20대 젊은 층의 감염 비중이 눈에 띄게 많아진 것도 큰 특징이다. '한국 HIV/AIDS 코호트 연구'(질병관리본부와 전국 21개 대학 및 종합병원으로 구성된 다기관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0~20대 신규 감염자 수는 전체 약 40%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주된 감염 경로는 동성 간 성접촉이었다. 특히 10대의 경우 열 명 중 아홉명 이상이 동성 간 성접촉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적으로 이성 간 1회 성 접촉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은 0.04%~0.08%다. 반면 1회 동성 간 성 접촉에 의한 감염 확률은 1.38%까지 증가한다. 

감염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10대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실태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가족보건협회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감염 경로 등 HIV/AIDS 관련 교육 경험이 있는 이들은 30%에도 못 미쳤다. 

에이즈 감염 전문가들은 '교육의 부재'를 10대 에이즈 감염 급증의 주 원인으로 꼽으며 실상을 알리는 데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에도 쓴 소리를 던졌다. 보건당국이 감염 예방법으로 콘돔 사용을 권장하면서도, 정작 감염 원인이나 경로 홍보엔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보건당국 내부 보고서에 감염 실태에 대한 정보가 명시돼 있지만, 직접 찾아보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게 돼있다. 겨우 찾았다 해도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일일히 검토하기란 쉽지 않다.

전파경로 등 감염 실상 제대로 알려야

한국가족보건협회 김지연 대표는 "예방의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전파 경로에 대한 확실한 인지인데 보건당국이 콘돔 위주의 교육만을 앞세우며 정확한 감염 실상을 알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보건 사이트에는 에이즈 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절제'를 강조하고 있다"며 "한국 사회도 보건 당국 홈페이지나 학교 교과서, 각종 팜플렛 등을 통한 홍보로 근본적인 예방 교육에 앞장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에이즈는 감염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불치병인 만큼 조기 예방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기에 HIV 감염 위험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효과적인 예방 교육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한국에이즈예방재단 김준명 이사장은 "에이즈 바이러스의 성장을 억제하는 치료제들이 많이 개발되면서 사회에서 '관리 가능한 병'이란 인식이 생겨났다"며 "학교는 물론 가정과 교회가 에이즈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올바른 예방 교육에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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