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 갈무리. 

B급 정서 살린 영상, 국내외서 뜨거운 인기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판소리 수긍가에 맞춰 기괴한 행색을 한 무용수들이 신명나게 춤을 춘다. 그 뒤로는 한국의 명소들이 스쳐지나간다. 판소리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곡과 독특한 춤의 만남이 전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영상의 정체는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을 홍보하는 광고 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7월 30일 우리나라 해외 홍보를 위해 서울, 부산, 전주를 소개하는 영어 영상 세 편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영상들은 외국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어 2개월 만에 8,0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페이스북과 틱톡 등의 조회 수를 포함하면 3억 뷰가 넘는다.

국내외 호응에 힘입어 서울·부산·전주를 비롯해 강릉·목포·안동 등 6편이 제작됐다. 각각 1분 30초 남짓의 분량으로, 스타일은 모두 동일하다.

서울 홍보 영상에서는 청와대를 배경으로 신명나는 판소리가 시작된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소속 무용수들은 노래에 맞춰 다짜고짜 유쾌한 군무를 춘다. 이들은 리움미술관, 덕수궁, 자하문터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을 방문하며 계속해서 춤을 이어간다. 특별한 영상 효과도 없다. 명소 이름만 작은 글씨로 등장한다. 전주와 부산 홍보 영상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판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유명 관광지를 순서대로 방문한다.

해당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한국적 코드에 중독적 춤사위가 인상적’이란 반응이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해학과 공감을 얻어냈다는 평가다.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던 홍보에서 벗어나 유튜브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어울리는 젊은 감각의 영상으로 국내외 2030 세대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류 스타를 앞세웠던 정형화된 포맷에서 벗어나 ‘B급 감성’으로 신선하게 기획한 콘텐츠가 전 세계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도시를 B급 감성으로 유쾌하게 소개하고 싶었다”며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국에 대해 재밌고 즐거운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했다. 여기서 소비자들이 다양한 재미 요소를 발견한 것 같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공개한 이번 영상들은 기존의 홍보 문법을 탈피한, 소위 말해 비주류에 속한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맥락은 없지만, 왠지 웃음이 나오는 이른바 ‘B급 정서’를 적극 차용한 것.

한국의 ‘B급 감성’이 대중에게 각광받은 지는 꽤 오래됐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열풍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최근 B급 감성이 다시금 화제를 모으는 건 MZ세대 문화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Z세대’를 아우르는 말로, 진부함을 멀리하고 유쾌함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나아간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인터넷에서 ‘엽기’ 코드가 부상했고, 지금의 세계적인 현상인 ‘잉여’ ‘B급’ 등도 인터넷을 모태로 한다”며 “단순하고 재미있는 소재를 찾는 온라인 공간에서 웃음과 유머라는 소재의 파급력은 특히 크다. 앞으로 B급 열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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