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던 일상의 면면들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성도들의 신앙생활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일성수 개념이 약화되고 비대면 예배에 익숙해지는 등 성도들의 신앙관념이 변하고 있다. <위클리굿뉴스>는 창간 3주년을 맞아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실제적 대안을 모색하는 특별 대담을 기획했다. 대담 질의는 최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등이 발표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결과를 토대로 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한국 교계 원로인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원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의 혜안을 얻고자 한다.
 
 ▲왼쪽부터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원로)

코로나 장기화, 예배 소중함 잃어
한국교회, 건강성·신뢰성 회복해야
‘성숙한 신앙인’은 교제에서 시작

Q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교회를 못 가는 아쉬움, 예배에 대한 소중함이 옅어지고 있다. 우려되는 지점은?
 
정주채 목사(이하 정):
사람들은 누구나 몸이 편안하기를 원한다. 서 있을 땐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우리의 마음이다. 집에서 편안하게 앉거나 누워서 기독교방송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좋은 설교들을 골라 들으며 그것이 예배라고 생각하는 교인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전과 같은 예배의 분위기로 회복되는 데는 긴 세월이 필요할 것 같다. 어쩌면 원상회복을 못하고 더 쇠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명혁 목사(이하 김): 코로나19로 인해 교회에 나와서 드리는 기도와 예배에 대한 소중함이 감소된다면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를 배반하는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사 시대에는 수 십 년씩 계속되는 재난을 7번이나 주셨고, 그 이후에는 바벨론으로 잡혀가서 70여 년 동안 노예생활을 하는 극심한 재난도 주셨다. 그런 재난들을 주시는 목적은 죄악을 회개하고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고 성전에 나와서 기도하며 예배를 정성껏 드리게 하기 위함이다.

박종화 목사(이하 박): 코로나19가 교회에 안가는 습성을 고취시키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가나안 성도’에게는 좋은 핑계거리가 된다. 코로나 사태를 구실 삼아 신앙생황을 소홀히 하고 있다면, 영적인 알맹이가 없거나 부실한 신앙임을 자인해야 한다. 교회예배 출석 자체가 문제이기 보다 본인의 신앙을 이번 기회로 솔직하게 점검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신앙은 위기에 강하다. 그간의 신앙생활을 재점검할 시간을 코로나가 마련해줬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살피면서 하나님 앞에서 새롭게 결의를 다지길 바란다.
 
Q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교회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성도들이 늘고 있다. 주일성수의 개념이 약화한 것은 물론 성도들의 신앙생활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교회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
모든 교회와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처절하게 회개하면서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고 그리고 교회에 나와서 정성껏 기도하면서 예배드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독려하고 또 독려해야 할 것이다.

정: 그 동안 한국교회는 신령과 진리로 예배하는 예배의 본질보다 주일성수라는 다소 율법적인 강조가 컸었다. 더구나 목회자들 중에는 예배보다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의 숫자에 더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한국교회의 이런 허상들이 드러났다. 그렇다고 해서 예배를 위해 모이는 일을 예사로 여겨서는 안 된다. 성도들이 모여서 예배드리는 것은 예배의 본질에 속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세상에서 불러냄을 받은 믿음의 공동체이고 코이노니아, 곧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다.

박: 교회 울타리 안에서의 예배자를 넘어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의 예배자를 양육하고 성도 개개인의 영적 성장을 돕는 것도 향후 교회의 중요 과제다. 대안은 있다. 삶 속에서의 작은 예배를 드리면 된다. 예컨대 일상예배와 가정예배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부엌에서, 일터에서, 쉬면서 말씀을 읽고 되새기거나, 마음을 다해 주님을 찬송하고 기도하길 힘쓰자.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는 언제 어디서든 하나님이 모두 받으신다.

정: 우리는 예배에서 성령의 교통하심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와 다른 성도들과의 교제를 경험해야 한다. 특히 이를 위해 소그룹(가정교회)을 살려야 한다. 소그룹은 우리가 모두 ‘하나님의 권속’임을 경험하는 곳이다. 또 입으로 하는 신앙고백의 진실 여부가 검증되는 자리기도 하다. 소그룹은 교회가 위기를 당할 때마다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을 교회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Q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회가 강화해야 할 사항은?

박:
한국교회의 신뢰성 회복이 시급하다. 예수님은 좋지만 교회가 싫다는 사람이 많다. 교회가 자정능력을 회복하고 새롭게 변해야 한다. 500년 전 종교개혁의 물결이 넘쳐날 때, 세인의 비판은 여기에 있었다. 교회는 크고 웅장한데 그 속에는 복음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공동체이건 고인 물은 썩는다. 새 사람, 새 공동체는 필요조건이다.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선 주인인 주님의 말씀, 곧 복음이 중심에 자리 잡아야 생명력이 있다. 복음은 세속적 권력이나 부가 아니다. 스스로를 신격화하는 우상도 아니다. 그것은 곧 ‘빛’과 ‘소금’의 생명력이다. 코로나 이후 교회는 주님을 모신 공동체로 이 땅을 구원할 헌신의 ‘소금’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 결국 교회의 건강성 회복이 관건이라고 본다. 교회다운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교회의 양적 성장이 아닌 성도 개개인의 신앙을 양육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부흥, 영적인 부흥이 일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목회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는 예배당에 모여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신앙생활의 의무를 강조하기보다 '예배가 무엇인지'를 잘 가르치고 목회자 자신이 먼저 그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교회의 갱신에 대한 크고 강한 도전을 주고 있다.
 
Q 코로나19 확산 이후 성도들의 신앙 형태에 작지만 분명한 변화가 생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성도들이 신앙생활을 이어가며 ‘성숙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야 할까.

정:
신앙이 성숙한 성도란 성경적인 올바른 신앙고백을 가진 사람이고, 사랑으로 하나님과 이웃을 섬길 수 있는 인격을 가진 자다. 성경은 이런 인격을 성령의 열매(갈 5:22,23)로 구체적인 목표를 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말씀과 기도’(딤전 4:5)는 물론 성도의 교제가 필수다. 신앙의 성숙도는 하나님과 이웃을 만나고 교제하는 중에 드러나고 자란다.

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다섯 가지 삶, 즉 ‘신앙 오도’가 중요하다. 그것은 △회개하면서 살아가는 삶 △정성껏 기도와 예배드리면서 사는 삶 △긍휼과 용서, 자비를 지니고 사랑과 섬김의 손길을 펴면서 살아가는 삶 △근심·걱정·불평·불만·염려·두려움을 모두 하나님께 맡겨버리고 평안과 기쁨, 감사를 그리고 모험심과 담력을 지니고 담대하게 사는 삶 △하늘을 바라보면서 천국 소망을 지니고 기쁘고 가볍게 살아가는 삶이다. 교회는 성도들이 이러한 삶을 살도록 권면해야 한다. 성도들은 역시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면서 살아가길 힘써야 할 것이다.
 
Q 코로나 사태는 성도들의 신앙생활은 물론 한국교회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암울한 전망이 대부분이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정:
역사적으로 보면 교회의 위기가 진정한 부흥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성령의 역사를 기대하며 회복을 위해 기도하겠다.

박: 코로나 사태는 모두에게 위기를 가져다 줬다. 이 위기를 새로운 기회의 출발로 삼는 사람은 복이 있다고 믿는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믿음의 진정성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교회는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지금 이 시기를 통해 한국교회가 거듭난다면, 하나님은 이 땅에 공의와 평화, 기쁨을 가져다 줄 세상의 빛으로 교회를 우뚝 서게 해주실 것이라 확신한다.
 

 
최상경·한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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