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2018년부터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해 왔다. 창간 이후, 우리 사회에서 선한 사역을 펼쳐 온 71명의 개인과 단체가 소개됐다. <위클리굿뉴스> 창간 3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개된 <굿-뉴스> 주인공들 가운데 3인을 선정해 보도 이후 삶의 변화와 선한 영향력의 파급을 조명해 본다. <편집자 주>
 
 ▲위클리굿뉴스 창간 3주년 특집 다시 보고 싶은 굿-뉴스 3인들. ⓒ데일리굿뉴스

팔순 고령에도 여전한 봉사 열정

지난 2019년 3월 3일에 소개된 <굿-뉴스> 7회의 주인공은 ‘이웃 돕는 봉사라면 무엇이든 1호’라는 타이틀의 주인공 이영호 목사(78)다. 저소득 독거노인들의 비율이 높은 서울 강북구 자원봉사의 산증인인 그는 번동 은혜감리교회 은퇴목사기도 하다.

이 목사는 이동목욕자원봉사 1호다. 지난 1997년 서울시에서 저소득 장애인 목욕봉사 프로그램을 강북구에 위탁하면서 시작됐다.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장애인 노인 가정을 방문해 목욕을 돕는 ‘목욕관리사’로 활동해왔다.

2005년 3월부터는 재가호스피스봉사를 시작했다. 목욕봉사 대상자들이 장애나 중병으로 거동이 어려운 사람들이었고 그만큼 그들은 죽음을 앞에 두고 절망과 고통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무료영정사진 촬영 봉사를 이어온 지도 10년이 넘었다. 2009년부터 시작한 이 봉사는 이 목사의 뜻에 동참한 중랑구 월드포터 사진관 김미애 대표(54) 도움이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영정사진촬영을 중단하기까지 600명이 넘는 노인의 모습을 담았다.

이 목사는 본지 8월 20일자에도 다시 한번 등장했다. 군장병 ‘멘토’로 나선 원로목회자로 소개된 것이다. 당시 기독교대한감리회 은퇴목사 10명과 함께 2015년 2월에 기독교대한감리회원로목사군장병상담위원회를 조직했다.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지난 5년간 이 목사를 비롯한 상담위원회 목사들이 상담한 병사만도 200여 명에 달한다. 이 목사는 또, 지난 2010년부터 설과 추석 등 명절에 50여 명의 불우이웃들을 후원하고 있다. 지난 추석연휴에도 비록 건강악화로 힘든 가운데서도 불우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선물을 잊지 않았다.

이 목사는 “중요한 것은 물질보다 함께 해주는 관심과 배려가 담긴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도움이 절실한 이웃을 찾아가 만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함께 기도해 줄 때 그들이 위안을 받고 힘을 얻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은 단순하다.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이어서 예전보다 활발한 봉사활동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자신의 건강이 허락되는 한 힘겹고 어려움을 안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며 티없는 웃음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악플 불구 ‘선한영향력가게’ 실현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부모세대처럼 배고픔과 매 끼니를 걱정하던 시기는 이미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주변에는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 먹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들 불우아동들을 위해 아동 급식카드란 학교 급식을 이용할 수 없는 연휴나 방학 때 밥을 굶을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에게 아동 급식카드(꿈나무카드)를 지급한다.

지난 2019년 8월 11일자에 소개된 <굿-뉴스>78호의 주인공 오인태 씨는 꿈나무 카드를 이용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자신히 운영하는 마포구 상수동의 진짜 파스타에서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해 화제가 됐다.

오 대표가 이렇게 결정한 것은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 먹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과 꿈나무 카
드를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다.

이 식당을 들어서다보면 입구에 “눈치 보지 말기, 금액 상관없이 먹고 싶은 메뉴 시키기, (들어
올 때가 아니라) 나갈 때 (결식아동 꿈나무) 카드 보여주기, 매일 와도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기,
자주 보기”라는 문구가 내걸린 것을 보게 된다.

결식아동에게 공짜로 음식을 제공하는 이 식당에 찾아온 꼬마 손님이 혹시 식당 문 열기를 망
설일까 봐 용기를 주려고 붙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 기준 시내 꿈나무 카드 가맹점 7,900여 곳 중 약 82.5%(6,619
곳)가 편의점이나 빵집이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 대표는 고민 끝에 밥값을 아예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함께 일하는 직원 3명이 흔쾌히 동의한 것도 큰 힘이 됐다. 물론 일부에서는 오 대표 선행을 마케팅 수단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악플이 무서워서 좋은 취지라고 믿는 일을 주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면서 “형편이 넉넉하거나 장사가 잘 된다고 해서 기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보도 이후에도 악플은 이어졌다. 오 대표의 이웃을 향한 순수한 마음을 왜곡하는 시선들로 인해 상처도 많았다. 그래서 올 초에는 모 텔레비전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순수성이 왜곡되는 안타까운 상황을 상담하기도 했다.

선한 의도와 상관없이 운영하는 가게도 어려워졌다. 올 초부터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예년의 40%가량 방문객이 떨어졌다. 매출도 70%가량 감소했다. 그는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해 배달과 신메뉴 개발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려 한다.

오 대표는 “비록 악플에 의한 상처와 코로나19로 악전고투하고 있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
다”며 “어떻게든 버텨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무료 시식봉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꿈인 사단법인 선한영향력가게 설립과 가장 공평한 프랜차이즈를 꼭 실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에도 봉사 ‘만능 도우미'

1990년대 인기영화 <가위손>처럼 군대에서 우연히 배운 이발 기술로 이웃을 위한 유쾌한 봉사
의 삶을 실천해온 이가 있다. 2019년 9월 1일자 <굿-뉴스> 80호 삼성전자 ‘사랑손 동호회’의 가위손인 김진묵 씨(43)다.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에 근무하는 그는 1999년 사내 봉사단체 ‘사랑손 동호회’를 만들었다. 이후 김 씨를 비롯한 회원들은 매주 둘째, 셋째 주에는 경기도 용인 아리실복지원을, 넷째 주에는 세광정신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벌인다.

이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 대접도 한다. 직장생활로 늘 피곤한 가운데서도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는 남편을 위해 부인도 함께 따라 나섰다.

2004년 어린 나이에 따라나섰던 아들은 어느새 어엿한 대학생이 됐다. 이렇게 봉사활동에 나선 지 어느새 20년이 넘었다. 지난 20년간 4,600여 명의 이발을 도왔다는 ‘이발 달인’ 김 씨는 자신의 머리도 집에서 직접 깎는다. 이발 기술도 늘어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고난도의 ‘투블록 컷’도
거뜬히 해낸다.

요양원 방문 봉사 때는 단팔빵을 만들어 노인들을 대접하기도 했다. 노래 솜씨도 일품이었던 김 씨는 요즘 한창 인기 있는 트로트를 맛깔나게 부르며 노인들의 흥을 유도하기도했다.

김 씨가 속한 사랑손동호회의 봉사활동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해외로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이발 봉사는 물론, 집 고쳐주기, 장판 깔아주기 등의 봉사도 도맡았다.

근래에는 지역 나눔 센터 등에서 이벤트성 프로그램으로 특수학교 학생들 중 취업준비생들의 증명사진 촬영 때나, 노인들의 효도사진 촬영때 이발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도움의 손길을 펼치고 싶어도 코로나19로 인해 봉사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아쉽다. 그래서 김 씨는 봉사의 방향을 새로 잡았다. 마스크 제작, 편백베개 만들기, 목도리 만들기 등 비대면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미용봉사는 물론 제빵봉사를 계속할 것이라는 김진묵 씨. 그의 꿈은 은퇴 후 귀촌해 어르신을 돕는 것이다.

김 씨는 “시골에는 일손도 부족하지만 농기계나 전기 등 생활주변의 잔고장에도 고칠 여력이 없는 노인들을 위해 봉사하려고 한다”며 “주어진 손재주는 이런 봉사활동을 위해 사용하라고 주어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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