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순교자 열전’을 펴낸 한국순교유적연구회 김헌곤 목사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 GOODTV 사옥에서 책 소개와 함께 그간 펼쳐온 순교 연구 사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이 시대는 순교자의 신앙을 요청합니다. 순교 신앙만이 진정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하늘나라에 대한 분명한 소명을 갖게 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혼란한 이 시기, 한국교회가 죽음을 불사하고 순교했던 선대들의 순교 신앙을 되새기고 이를 계승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교회 순교자 열전>을 펴낸 한국순교유적연구회 김헌곤 목사가 한 말이다. 김헌곤 목사는 한국전쟁 당시 전북 정읍 두암교회에서 순교한 고 윤임례 집사의 손자로, 오랫동안 한국 기독교의 순교역사를 연구하는 데 힘써왔다.

최근까지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 관장으로 재직하다가 지금은 동역자들과 함께 한국순교유적연구회를 조직해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순교자 55인·집단 순교지 17곳 재조명

이번에 출간된 <한국교회 순교자 열전>은 김 목사가 직접 전국 집단 순교지 17군데를 답사하며 진행했던 순교 연구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오랜 시간 순교자들을 연구해온 김 목사는 “후손들이 국내 순교 역사를 잘 모르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선대들의 순교 신앙을 한국교회에 널리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임종헌, 주기철 목사 등 한국교회 초기부터 일제강점기,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까지 순교한 55인과 염산교회, 병촌교회 등 집단 순교지 17곳의 순교 역사가 담겼다.

김 목사는 “17곳의 교회를 답사하면서 모두 건강하게 세워져 있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순교자들이 가해자들을 복음으로 용서하고 섬긴 것이 선한 영향력이 되어 지역사회로 하여금 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했다”며 “실제로 많은 교회들이 부흥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용서와 화해'로 치유한 순교 아픔

김헌곤 목사는 답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전남 무안군 청계면 복길리 복길교회를 꼽았다. 이 마을은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공산군과 공산당원들에 의해 기독교 탄압을 경험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2003년 목포대학교 역사문화학부 심포지엄’ 자료에 따르면 당시 피살된 주민 수는 130세대 가운데 149명이고 이 중 기독교인이 43명에 달했다.

당시 살아남은 주민들은 “공산군을 잡아 원수를 갚겠다”고 벼르고 달려들었지만 고 정대성 장로를 비롯한 복길교회 성도들은 ‘원수마저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을 따라 가해자들을 복음으로 품었다.

청년 자치대 대장이었던 정대성 장로는 부인과 동생이 죽임을 당했음에도 부역자들을 용서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이는 복길리 마을 120세대 가운데 90%에 가까운 수가 기독교인이 되는 놀라운 열매로 맺어졌다.  

선대들의 순교 신앙, 한국사회 시사하는 바 커

김헌곤 목사는 “자기 가족을 죽인 사람들을 복음으로 용서하고 오히려 축복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에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치유될 수 있었던 것처럼 오늘날 진보와 보수 이념으로 갈등하는 한국 사회가 회복하는 길도 복음뿐임을 강조했다.

또한 김 목사는 순교의 아픔을 간직한 많은 교회가 지금까지도 건강하게 서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늘날 코로나19로 예배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

김 목사는 “복음을 위해 죽음을 불사했던 순교 정신으로 예배 회복을 이뤄가야 할 때”라며 “좌우익의 갈등이나 남북분단의 아픔도 순교신앙 안에서 반드시 회복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교회 소명을 다하고 사회에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할 때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성서한국·선교한국·통일한국으로 만들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가 펴낸 <한국교회 순교자 열전>에는 순교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한국교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도 생생히 담겼다. 김 목사는 앞으로도 순교유적지 연구 등 순교 신앙을 전파하는 일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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