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대 권득칠 총장ⓒ데일리굿뉴스
2000년 기독교 역사를 돌아볼 때 알 수 있는 것은 교회와 신학이 각 시대마다 지녔던 사조나 사상으로부터 어려운 도전을 받아 왔다는 것이다.

21세기를 맞이한 오늘날에는 오늘날대로 교회와 신학이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는 사실이다.특히 과학기술의 진보와 발달로 인해 도래된 오늘날의 ‘과학기술시대’는 우리 인간의 삶의 조건과 형태를 급속도로 변화시켜가고 있다.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달은 절정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과학기술의 진보가 초래한 결과는 어떤가?

오늘날 인류가 처해있는 현실은 바로 과학기술의 바탕 위에 세워진 현대문명의 자체붕괴를 가져올 만한 대재난이 예상되기조차 하는 절박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지난 9월 1일 천주교 프란체스코 교황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서둘러야한다고 촉구했다. 교황은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메시지를 통해 기후 변화가 가져온 위기를 교정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 능력이 닿는 한 모든 것을 할 것을 호소했다.

최근 생태계와 환경 파괴에 관한 전문가들의 경고는 걱정을 넘어 가히 공포로 다가온다. 그야말로 ‘단 하나 뿐인 지구가 얼마나 버틸까’하는 종말론적 상상력까지 자극하는 그러한 공포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성장’이라는 사회 경제적 이데올로기에 편승해 줄곧 자연을 파괴하는데 그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최근에는 유전공학분야의 기술개발로 인해 생명체 안에 있는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함은 물론 심지어는 인간의 기술로 단백질 합성을시도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생명형성과정에 있어서 인위적인 간섭을 가능케 함으로써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피조물인 인간 스스로 어지럽히고 있는 실정에까지 이르렀다.

더욱이 핵물리학 분야의 기술개발은 곧바로 무기제조기술로 이어졌다. 원자탄, 수소폭탄, 중성자탄 등 순식간에 지구 안에 살고 있는 생명체를 몰살시킬 수 있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갖는 대량 살상용 무기를 등장시켰다.

이와 같은 엄청난 생태학적 재난이 예고되는 오늘날의 현실 상황은 지난날의 과학기술에 대한 소박한 낙관적 시각이나 맹신적 시각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함께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의 근본적 수정을 요청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한계와 책임’의 문제가 지구적 차원의 문제로서 윤리적 관점에서 신학과 과학을 비롯한 광범위한 제 학문 영역들로 하여금 학문 간의 대화를 불러내고 있다.

더욱이 과학기술의 진보가 수반하는 생명 파괴적 또는 반생명적 현실은, 기독교 신앙으로 하여금 ‘생명의 거대한 연관성’ 안에서 하나님의 창조섭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새로운 시각은 우리로 하여금 의식을 전환할 것과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의 모습 자체를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우리 기독교 신앙은 과학기술의 힘과 책임에 대하여 진지하게 물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오늘날의 신앙현실은 인간의 인간에 대한 책임성은 물론 인간의 자연에 대한 책임성의 문제가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책임 차원에서 진지하게 다뤄질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지구적 생태적 위기상황은 기독교인 모두로 하여금 ‘하나님에 대한 물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촉구하고 있다.

오늘날 ‘하나님에 대한 물음’은 더 이상 인간이 하나님을 향해 묻는 물음이 될 수 없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들을 향해 바로 지금, ‘우리 인간들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묻는 물음으로 바뀌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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