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편지] 사랑하는 동역자님께 드립니다.

지난 9월 9일 아침 깊은 밀림에 있는 붉은 라후족 에디 마을이 밤새 내린 비로 인해 갑자기 밀려든 물에 사택이 휩쓸려가고 마을도 물에 잠겼다는 소식을 받았는데, 9일 밤 현장을 다녀온 후 보고는 교회와 사택이 형체도 없이 자갈과 흙 속에 묻혀버린 모습입니다.
 
 ▲폭우로 인해 교회와 사택이 무너진 태국의 에디교회 수해 현장. ⓒ데일리굿뉴스

저에게 에디교회는 생채기입니다.

1992년 서양 관광객이 그 마을 근처에서 죽은 일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마을에 조사를 나오자 주민들은 이곳에서 외국인이 드나드는 곳은 한국 선교사가 시작한 교회라고 말하므로 우리는 대나무교회 위에 세운 십자가와 그림성경 괘도만 챙겨 마을에서 쫓겨났었습니다.
 
 ▲은퇴를 앞둔 에디교회 짜누 전도사 부부 ⓒ데일리굿뉴스

빠마이 공동체가 세워지면서 그 마을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공동체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그 계기로 1993년에 다시 교회를 복원해 개척했습니다. 에디마을에서 메짠공동체로 가는 길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을 넘어가는 지름길이 있고 빠마이 공동체 앞을 지나오는 돌아오는 길이 있습니다. 당시 지름길은 경사가 급하고 좁은 산길에 작은 모래와 진흙 길이 번갈아 있어서 우기에 가는 것이 불가능하고 건기에도 사륜구동차를 통해서만 갈 수 있습니다.

1996년 건기에 하나님의 은혜로 세 명의 성도에게 세례를 베풀고 메짠공동체로 돌아오는 길에 동행한 학생 두 명과 함께 이 지름길로 가기로 했습니다. 당시 나는 사륜구동이 아닌 이륜구동의 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륜구동으로 그 산길을 오르려면 산 아래서부터 탄력을 받아 도중에 기어 변속을 하지 않고 계속 정상까지 가야 합니다.

약 10분 동안 올라가다 엔진이 힘에 부쳤는지 차가 멈추고 말았습니다. 손쓸 틈도 없이 차가 미끄러져 내렸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운전대를 잡은 쪽이 까마득한 낭떠러지 위에 걸린 채로 멈췄습니다. 뒤 짐칸에서 하얗게 질려 있는 ‘대우와 누까’에게 조심해서 내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준비하고 다닌 밧줄을 꺼내 차에 매고 다시 건너편 큰 나무에 묶어 고정한 다음 나도 차에서 내렸습니다.

해가 서산에 기울고 어둠이 밀림에 밀려오는 시간입니다. 이 길은 당시나 지금도 마약이 운반되는 길입니다. 저 혼자서 그 절벽 위에 남아 있기로 하고 두 아이는 그곳에서부터 10여 ㎞ 되는 산길을 걸어 나가 경찰에 신고하고 공동체에 알렸습니다. 늦은 밤에 놀란 아이들과 신옥련 선교사가 달려오고 경찰이 트랙터를 몰고 와 겨우 내 차를 길로 끌어 올렸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트랙터가 난간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수해 현장에서 구조되는 짜누 전도사 부부. ⓒ데일리굿뉴스

이런 아픈 사연만큼 정도 깊은 마을과 교회 소식이어서 마음이 더 쓰입니다. 이제 나이 들어 은퇴를 앞둔 30년 지기 담임 교역자 ‘짜누’ 전도사와 사모는 구조돼 빠마이 공동체로 내려와 계신다고 합니다. 신속히 더욱 튼튼한 사택과 교회, 마을과 성도들이 되도록 응원의 기도와 사랑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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