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사세요~"

경기도 일산에 한 주택가에 자리한 청춘야채가게. 이른 아침부터 과일 상자를 옮기고 오픈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 가게는 변두리교회 김혁 목사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가게 명함부터 페인트칠까지 교회 성도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교회 성도가 직접 만들어 온 반찬을 팔기도 한다.
 
 ▲변두리교회 김혁 목사 부부가 일산 백석동에서 청춘야채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청춘야채가게는 신선한 제품과 정직한 가격으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착한 가게'로도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온라인 주문 요청도 쇄도한다. 일산 백석동 주민 김모씨는 "하루에 두 세번씩 온다"며 "과일 품질도 좋고 무엇보다 사장님이 정직하게 가게를 운영하신다"고 호평했다. 

김 목사 부부가 가게를 시작하게 된 건 야채가게를 여는 게 소원이라던 한 성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였다. 가게 오픈 한 지 8개월 만에 그 청년은 다른 꿈을 찾아 떠났지만 한 청년이 뿌려 놓은 꿈은 공동체의 꿈이 되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변두리교회 김혁 목사는 "청춘야채가게를 지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통로로 여기고 있다"며 "오는 손님들에게 정성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춘야채가게는 오는 손님들마다 마음 속 깊은 고민을 털어놓는 등 소통의 장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김 목사 부부는 야채가게 한 블럭 너머 작은 카페도 운영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동네주민들이 모여 교류하고 정을 나누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카페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변두리교회 성도 김문자씨는 "손님들 중 속마음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다"며 "어려운 이웃들의 사연을 듣고 실질적 도움을 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야채가게와 카페에서 나온 수익금은 김 목사가 파주의 한 교회당을 빌려 설립한 대안학교 '허브스쿨' 운영에 보탠다. 다음세대를 복음으로 세우기 위해 변두리교회가 3년 전 설립한 학교다.

김 목사는 "학생들이 재정 걱정없이 마음 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야채가게와 카페 수익금을 통해 학교 경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는 이웃 교회와의 끈끈한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배공간을 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야채가게와 카페, 대안학교 운영에 재정적 도움을 준 이웃 교회들이 있었다. 

예배당을 내어준 은혜교회 성하준 목사는 "주님의 몸된 교회를 끌어안고 그 교회가 교회로서 성장해 나아가도록 돕는 일은 교회가 해야 할 아주 당연한 일"이라며 "개척교회라고 하는 새로운 결단, 그것을 다른 작은 교회들 하고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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