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침수된 전남 구례군 구례읍 주택가.(사진출처=연합뉴스)

부유쓰레기 14년 만에 최다
서민 밥상물가 비상, 물가 폭등 당분간 지속 전망
소비 고용에도 영향...국내 내수경기 침체 우려


그야말로 역대급 장마다. 사상 최장의 장마와 기록적인 폭우까지 겹치면서 인적·물적 피해 규모가 확산일로다. 이달 초 일주일간 내린 집중호우로 숨지거나 실종된 인원은 최소 38명, 이재민은 3,000명을 넘어섰다. 시설 피해 접수는 8,000여 건에 달하고 여의도 면적의 28배가 넘는 농경지가 침수·유실·매몰됐다. 고속도로와 철도 등 교통망도 마비돼 큰 혼선을 빚었다. 문제는 장마철 피해의 여파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다.

수마가 할퀸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하천과 수리시설 도로 등 공공시설에 대한 응급 복구는 진행 중이지만 워낙 피해면적과 장소가 넓어 작업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이번 장마는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특히 컸다. 제주도를 뺀 전국 16개 시도에 처음으로 산사태 위기 경보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심각’ 단계가 발령될 정도였다. 정부는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산사태 복구작업에 매달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복구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재해 발생 위험지역에 대한 추가 피해 발생의 우려도 높다.

각종 폐기물 처리 문제 역시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집중호우 시 발생한 다량의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 피해가 컸던 충북 충주댐 수역의 경우 예년 장마철에도 2~3만 톤의 부유쓰레기가 생겼지만, 올해 부유쓰레기는 2006년 장마 이후 가장 많았다. 15톤 덤프트럭 3,000~4,000대분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집중 폭우에 침수 피해를 입은 자동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지난 4일까지 대형 손해보험사 12곳에 접수된 차량침수 피해 접수 건수는 4,412건으로 집계됐다. 추정 손해액만 471억 2,400만원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24억원) 20배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침수차는 폐기가 원칙이지만, 수리 후 중고차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복원 작업 후 매물로 나오기까지 보통 한 달 가량 걸리기 때문에 8·9월 정도에 나오는 물량은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농경지 피해는 장마 후에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긴 장마로 인해 병해충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정만 태백 매봉산 영농회장은 “물기를 가득 머금은 밭 땅속에는 병충해 원인인 바이러스와 세균이 득실거리고 있을 것”이라며 “비 그치고 온도가 올라가면 바이러스 병이 빠르게 확산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침수 피해로 농산물 출하량이 크게 줄어든 탓에 서민 밥상물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채소 등 신선식품의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청상추와 양배추, 배추 등 대표 엽채류(잎줄기채소) 도매가격은 1개월 전보다 60~107% 급등했다. 2012년 금(金)배추 파동에 이어 각종 ‘금채소’ 혼란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유통업계에선 채소 및 과일 값 폭등 사태가 추석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마 후 폭염이 겹치면 작물이 짓무르면서 출하량이 더욱 급격하게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산지의 장마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커 수급 불균형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신선식품 중심의 밥상물가는 추석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번 장마 사태가 국내 내수 경기의 침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장마 등 집중호우의 장기화는 소비·고용 등에 악영향을 끼쳤다. 사상 최장 장마였던 2013년 장마 직후 경제지표는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정부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내수 소비 수요를 북돋겠단 입장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에 예상치 못했던 집중호우 사태 등으로 경기 반등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사회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종합적이고도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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