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그간 미국 회계기준을 사실상 무시해온 중국 기업들을 미국 증시에서 내쫓을 '최후통첩안'을 제시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경색되는 상황에서 나온 미국의 추가 공세이자 세계경제 1, 2위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제공=연합뉴스)

로이터 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재무부 관리들은 미국 증시에서 주식을 거래하면서 회계감사 자료를 미국 규제당국에 공개하지 않는 중국 기업들의 상장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번 권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 등 핵심 참모들에게 내린 지시에 따른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회계감사 실태가 미국의 규제를 받지 않은 중국 기업들로부터 미국 투자자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번 권고가 시행되면 미국 뉴욕증시와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서는 퇴출당하지 않으려면 2022년 1월까지 회계감사 자료를 미국 규제당국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공개하도록 관행을 바꿔야 한다.

미국 증시에 새로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들은 기업공개 전에 이 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미국 규제당국들은 중국이 뉴욕증시나 나스닥을 통해 미국 자본시장을 이용하면서도 미국의 규제를 회피해왔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미국 재무부의 한 관리는 "우리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다른 기업들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공정한 경쟁을 하려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권고는 미국 자본시장을 이용하면서 미국의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 의회의 초당적 입법 조치와도 맥락이 같다.

미국 상원은 중국 기업이 미국의 회계감사,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 미국 증시에 상장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올해 5월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미국 국무부는 미국과 중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 절차를 두고 2013년 체결한 양해각서인 '강제집행 협력 합의'도 곧 폐지할 계획이다.

조사가 필요한 중국 기업이 있으면 PCAOB가 상응하는 중국 기관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로부터 감사 문건을 건네받는다는 게 합의에 골자다.

이 합의에 따라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진입이 촉진되긴 했으나 중국 기업들의 투명성이 떨어졌다는 논란이 뒤따랐다.

PCAOB는 CSRC가 석연찮은 이유를 들어 자료 제출을 거부해왔다고 오랫동안 불만을 토로해왔다.

추진되고 있는 일련의 규제강화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미국 자본시장 접근이 까다로워지면 미중 관계에 추가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은 홍콩 자치권, 대만 민주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국 신장 지역의 인권탄압 논란, 산업통상관행을 둘러싼 관세공방,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등을 두고 이미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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