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부산에 몰려든 수많은 피난민들의 안식처였던 은천교회가 도시개발사업으로 인해 철거 위기에 놓였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에 의해 세워졌던 부산 은천교회가 인근 지역 재개발로 인해 철거 위기에 놓였다.ⓒ데일리굿뉴스

부산 은천교회는 6.25전쟁 당시 임시 수도였던 부산에 모여든 피난민들이 천막에서 예배 드리며 시작된 교회다. 수많은 피난민들의 굶주림과 가난, 애환을 위로한 안식처였던 것.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 교회가 도시개발사업으로 인해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부산 서구 아미동의 가파른 언덕길에 위치한 은천교회는 6.25 전쟁 당시 부산에 몰려든 피난민들이 천막에 모여 예배를 드리면서 교회가 세워졌다. 교회가 속한 감리교단을 통해 부산 하야리야 미군부대와 연결되면서 은천교회는 강냉이와 분유, 각종 구제품 등 수많은 피난민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나누어주는 안식처가 됐다.

아이들에게 한글도 가르쳐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난한 형편에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교회로 몰려들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송빈해 장로(85)는 은천교회에서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부산 은천교회 송빈해 장로는 "예배를 시작하는데 아이들이 엄청나게 왔다. 깜짝 놀랐다"며 "공부는 하고 싶은데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어려운 환경에 학교를 못 보내니까 부모들은 공부시키기 위해서 교회로 막 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부산 은천교회는 전쟁으로 인한 굶주림과 가난에 힘들어하는 피난민들을 돌보는 안식처와 같았다.ⓒ데일리굿뉴스

6.25 전쟁이 끝난 뒤 성도들이 직접 화강암으로 쌓아 올린 은천교회에는 전쟁의 아픔과 피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처럼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를 간직한 상징적인 공간이지만 교회는 내년 2월 강제 철거될 위기에 놓여있다.  

아미동 일대에 행복주택 단지가 들어서면서 도로 확장에 필요한 부지에 교회건물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교회 측은 도로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 교회를 이전, 복원할 계획이지만 지자체의 도움 없이 교회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 은천교회 박현규 목사는 "화강암 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겨서 다시 그대로 복원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많이 든다"며 ""교회나 교인들 입장에서 단순히 편하게 산다고 하면 이 땅과 건물을 팔고 다른 곳으로 교회를 이전하면 되지만 그러면 영영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교회이기 때문에 우리가 더 자랑스럽게 지켜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서구청은 은천교회의 역사적 가치는 인정하지만 문화재로 지정돼있지 않아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6.25전쟁의 뼈아픈 상처를 간직한 은천교회는 피난민들을 위로하고 구휼사역에 앞장선 한국교회 선교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우리의 역사적, 선교적 유산이 보존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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