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초대교회에서는 필요한 물건을 서로 통용하면서 부족함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초대교회처럼 각자가 가진 물건을 무료로 제공하고, 이를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쓸 수 있는 곳이 있다. '하나님의 창고'로 불리는 이 곳은 특히 목회자들에게 인기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하나님의 창고'에서 창고지기 김주선 목사를 만났다. ⓒ데일리굿뉴스

초대교회처럼 물품 통용...모든 거래 무료
창고 사역이 처음 시작된 건 2012년. 창고지기 김주선 목사가 당시 사역하던 교회에 새 성가대 가운 10벌이 있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다며 신학대학원 동기들에게 알린 것이 시초다. 처음엔 건수가 적어 SNS 채팅방을 통해 중개를 하다 통용되는 물건이 많아지자 2년 전 한 소셜미디어에 공식 페이지를 개설했다.
 
'하나님의 창고'라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서 거래되는 모든 물건은 무료다. 교회나 단체, 개인이 쓰던 물품을 제공하면, 물건이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쓰는 것이다. 복잡한 결제 과정 없이 선착순으로 댓글을 달고 택배비만 부담하면 된다.
 
 ▲'하나님의 창고'에서 부피가 큰 물건은 직접 거래하고, 부피가 작은 물건은 이곳을 거쳐 거래된다. 청소기, 스피커, 겨울옷 등이 '하나님의 창고' 안에 쌓여있다. ⓒ데일리굿뉴스

실제로 찾아가보니 거래되는 물량에 비해 창고 크기는 작은 편이다. 피아노나 강대상 같이 큰 물품은 직접 거래를 하는 데다 창고에 물건이 들어와도 채 하루도 안돼 나가기 때문이다. 현재는 60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해 한 달에 50건 넘게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운영시간이 길어질수록 보람도 커진다.
 
하나님의 창고 운영자 김주선 목사는 하나님의 창고를 통해 사역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순간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작은 개척교회 목사님께서 악기가 없고, 성도들이 찾지 않아 목회를 그만두시려 했다가 하나님의 창고를 통해 악기를 제공받은 적이 있다"며 "그 목사님께서 '하나님의 손길 같았다, 이 사역을 지속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을 때 가장 보람됐다"고 전했다.
 
하나님의 창고 이용자가 많은 이유는 무료긴 하지만 품질이나 상태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창고에 올라오는 모든 물건은 까다로운 선별과정을 거쳐 이상이 있으면 거래를 할 수 없다. 물론 유상 거래도 불가능하다. 특히 악기류는 모두 테스트한 후 이상이 있으면 고쳐서 내보낸다.
 
하나님의 창고 이용자는 하나님의 창고가 어려운 목회자들의 부족함을 채우고, 자원 순환에도 기여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함께하는우리교회 정지호 목사도 하나님의 창고 이용자다. 교회 카페를 열면서 카페에 필요한 물품을 여러 번 받아 썼고, 직접 물건을 올려 거래를 한 적도 있다.
 
정 목사는 "누군가에겐 필요하지 않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필요한 물건이기 때문에 자원이 계속 순환될 수 있는 것"이라며 "새 물건을 버리지 않고 거래하니 요즘 대두되는 환경문제에도 일조하게 되고, 물건을 올릴 때 환경 문제에 작게나마 도움을 준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창고지기 김주선 목사의 꿈은 전국 곳곳에 하나님의 창고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김 목사는 "지역에서 물건이 순환될 때 생태 환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하나님의 창고가 도마다 하나씩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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