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대표이사
미국 대통령 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낮은 지지율로 고심하고 있다. 이 시점에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불거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미국방부가 3월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백악관에 보고했다”고 보도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직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어느 대통령보다 한반도 문제를 중요 정치 의제로 다뤄왔다.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배경도 트럼프의 국내 정치용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낙관할 수 없다.

한반도는 동북아 안보의 린치핀(linchpin)이다.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가 현실화 되면 한반도라는 린치핀으로 고정된 국제정치 질서는 대격변이다. 남과 북은 중대한 택과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트럼프 집권 4년, 한반도 정세는 몇 차례 변곡점을 거쳤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첫 번째다.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가 두 번째다. 세 번째는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과 판문점 정상회담이다. 세 번째 이후 협상의 시계는 멈춰섰다.

김정은은 하노이까지 4,000km 60시간을 열차로 달려왔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소득은커녕 수모를 당한 모양새였다. 정상회담에서는 보기 드문 결말이다. 협상의 상대를 믿지 못하는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 트럼프의 탄핵 이슈를 덮기 위해 하노이 정상회담을 결렬시켰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모든 핵 협상이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그 이후 북미 판문점 정상회담으로 불씨를 살려보려 했지만 진전이 없다.

주한미군 감축되면 국제질서 대격변 네 번째 변곡점이 주한미군 감축이다. 실행에 옮겨질 경우 한반도의 정세는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입장에서 ‘양날의 검’에 해당하는 이 문제를 꺼내든다면 그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한국을 겨냥해서는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에서 트럼프의 요구를 관철시킬 압박용일 수 있다. 한국의 분담금 협상안이 백악관에 전달된 것은 지난 3월이다.

미 국방부의 주한미군 감축 옵션이 보고된 시점과 일치한다. 주한미군 감축안을 ‘대선용 타깃’으로 설정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트럼프가 이 문제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낮지 않다. 재선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을 감축한다면, 일차로 순환배치하는 미군의 한국배치부터 축소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순환배치 미군은 본토와 한국 간에 9개월 주기로 교체 운용하고 있다. 병력은 1개 기갑여단 5,000여 명 규모다. 한반도 안보지형에는 중대한 변화의 신호다.

한국에 고정 배치된 미군까지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개연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군사안보 전략의 대전환이다.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의 군사전략을 미일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도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방위선에서 한반도를 제외하는 것으로읽힐 수 있다. 미국
이 세계의 패권적 지위를 포기하는 시그널이다.

주한미군 감축을 가장 반길 나라는 북한과 중국이다. 북한은 미군으로 인해 당면한 위험이 줄어든다. 향후 한국과의 모든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핵협상을 통해 경제제재로부터 빠져나올 출구도 열리게 된다. 트럼프는 불리한 대선 국면을 반전시킬 카드 중의 하나다.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중국은 한국과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다. 일본에 대해서도 한반도를 거점으로 포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주한미군 감축설과 관련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나는 한반도에서 군대를 철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에 주한미군을 감축 또는 철수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미 국방예산의 편성 기준이 되는 국방수권법(NDAA)은 주한미군을 2만 8,500명 이하로 줄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정부가 주한미군의 잠정적 감축에 대해 전략적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매우 어려운 선택과 도전이다. 한미 간의 철저한 신뢰의 기반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가안보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 기본이다.

김정은 협상 테이블 끌어들일 카드 될 수도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린치핀 한반도의 모험이다. 반면 김정은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들일 수 있는 카드다. 그에게는 크나큰 명분이다. 한반도는 또 한 번 대전환의 기회다. 625전쟁 70주년, 한반도의 불안정한 분단 상황은 이제 마감해야 한다. 그 원칙은 항구적인 평화정착이다. 그 진행은 국민적 공감을 얻는 것이 절대 중요하다.

한국정부가 대북 대미 정책라인을 새롭게 교체했다.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훈 안보실장 체제다. 남·북·미 간에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고심이 담긴 조합이다. 북한은 핵개발에 따른 경제봉쇄,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매우 어렵다. 이미 한계점을 넘었는지도 모른다.

북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정성도 그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짧은 것도 아니다. 남북이 한반도의 불안정을 극복할 기회가 되고 트럼프는 정치적 이익을 얻는다. 북한이 기회를 잘 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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