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의 위기
 
 ▲정재영 교수 ⓒ데일리굿뉴스
코로나 대유행의 여파로 한국 교회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은 작은 교회들이다. 코로나가 확산되던 초창기에는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더 큰 대형 집회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대형교회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있었다.

작은 교회들은 인원이 적기 때문에 방역만 잘 하면 바이러스 위험도 크지 않고 오히려 친밀한 공동체적 분위기가 교회를 더욱 탄탄하게 유지할 수 있어서 환경 변화에도 충격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이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큰 교회들은 예배당이 넓기 때문에 2미터 이상의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고 실내 소독 등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마스크를 끼고 예배를 드려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에 작은 교회들은 공간이 넓지 않아서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지 못하고 비용 문제로 소독을 제대로 하기도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친숙한 소수의 사람들이 모이면 안정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도 허술해진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한두 사람이 쓰지 않기는 어렵지만 적은 수의 사람들이 모이면 이런 생각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큰 교회들은 온라인 중계 시설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예배당에 나오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서 예배를 드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작은 교회는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급하게 온라인 중계를 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장비를 갖춘다고 해도 화질이나 음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교인들은 자기 교회의 예배 중계를 보다가 고해상도 화질에 소리고 선명하게 잘 들리는 대형 교회 온라인 예배로 채널을 돌리듯이 갈아타기도 한다.

헌금 문제도 작지 않다. 초창기에 현장 예배를 고수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헌금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었는데 ‘한목협’의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7.5%가 헌금 문제로 현장 예배를 고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여러 교회들이 헌금이 줄어들고 있는데 재정의 여유가 없는 작은 교회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재정 자립이 되지 않는 교회들의 경우에는 다른 교회들의 지원도 줄어들어서 교회당 임대료를 감당하기도 어렵고 목회자 사례비를 지급하기도 어려운 형편에 놓인 곳이 한둘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의 전망

코로나 이후의 상황은 더 어둡다. 예장 통합 교단의 조사에 의하면, 실제로 교회들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헌금이 줄었다고 응답했으며 금액은 28.7% 감소했다. 일부 성도들은 코로나 이후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헌금을 교회에 나와서 드릴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전체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실업과 파산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되면 중대형 교회들이 하던 미자립 교회 지원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어렵게 자립을 유지하던 작은 교회들은 미자립 상태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작은 교회들의 사역도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이후에는 대면 접촉을 꺼리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4차 산업 혁명이 가속화할 것이고 교회에서도 미디어나 온라인을 활용한 사역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다.

이렇게 친밀한 대면 관계에서 이뤄지는 양육이 중시되던 시대에서 비대면 온라인 관계나 미디어를 활용한 사역이 중시되는 시대로 바뀌게 되면 소형 교회들은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미 찬양 예배가 교계를 휩쓸었을 때 경험했듯이, 작은 교회가 큰 교회를 단순히 모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물론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예배의 변화를 준비해야겠지만 큰 교회들 수준의 음향 장비나 시스템을 갖추기는 어렵다.

따라서 작은 교회의 특색을 살려서 잘 준비하지 않으면 예배의 성격 자체가 불분명하며 어정쩡한 형태가 될 수 있고 청년과 일부 교인들은 제대로 갖춘 대형 교회에 눈을 돌리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코로나 이후에도 작은 교회들은 어느 정도의 비대면 방식의 사역을 준비해야겠지만 무리하게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작은 교회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온·오프라인 혼합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교회 생태계를 위해

코로나 이후에도 한국 교회가 건강하게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개체들이 공존하면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 도시 교회와 농촌 교회, 큰 교회와 작은 교회, 지역 교회와 파라처치 등 다양한 교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특색에 맞는 사역을 하면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교회들이 지속 가능한 사역을 할 수 있도록 공교회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형교회는 소형 교회들에게 온라인 사역이나 미디어 사역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소형 교회들이 하기 어려운 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여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소형 교회들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친밀한 공동체적 관계에 기초한 소규모 교회의 특징을 살릴 필요가 있다. 외국에 비해서 대형교회가 더 많은 한국 교회 현실에서 작은 교회를 나가는 사람들은 작은 교회만의 가치에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필요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상황에서는 작은 교회들도 방역을 철저히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작은 교회는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특히 재정상 어려움에 대비하여 최근에 계속 논의되고 있는 목회 이중직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많은 소형 교회 목회자들은 교단의 입장과 상관없이 이중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목회자가 품위를 잃지 않고 목회적 차원 또는 선교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직업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새로운 목회에 대한 준비와 사역을 다양화 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온라인 예배가 확대되면서 온라인 교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목협’ 조사에 의하면 가나안 성도들이 여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서 새로운 사역의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또한 오래 전부터 간헐적으로 시도되었던 작은 교회들 사이의 공동 목회와 같은 일종의 컨소시엄도 새롭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개교회주의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이 밖에 기존 목회 방식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다양한 시민 사회 영역에서 선교 사역을 하는 파라처치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는 과반수가 비종교인이고 개신교 신자 중에서도 200만 명이 넘는 가나안 성도가 있는 상황이므로 기존의 목회 방식을 넘어서는 다양한 사역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사역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교회들이 연대하고 협력한다면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도 한국 교회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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