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의심됐던 탈북민 김 모 씨(24)가 한국 정착 3년 만에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 가운데 그의 '월북 루트'가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군 당국은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7월 27일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강화도에서 "해당 인원을 특정할 수 있는 유기된 가방을 발견, 확인하고 현재 정밀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김 씨는 철책 밑 배수로의 낡은 이중 장애물을 손쉽게 빠져나간 뒤, 강 수위가 가장 높은 때에 맞춰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한강을 건넌 것으로 추정된다.

7월 28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 당국은 김 씨가 인천 강화도 월미곶에 있는 정자인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서 월북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씨의 월북루트는 연미정 맞은편에 있는 배수로로 확인됐다.

배수로는 철책 밑을 가로질러 한강으로 물이 흘러나가도록 설치된 형태로, 내부엔 일자 쇠창살 형태의 철근 구조물이 있다. 1차 장애물인 셈이다.

다만 전날 현장에서 확인한 철근 구조물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낡고 일부는 틈새가 벌어져 있었다.

김씨의 신장은 163cm, 몸무게 54kg의 비교적 왜소한 체격이다. 따라서 철근 틈새를 손으로 벌려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철근 구조물을 지나면 2차 장애물인 바퀴모양의 윤형 철조망을 지나야 한다. 이 역시 많이 노후화돼 왜소한 체구의 김 씨가 빠져나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장애물이 좀 오래돼서, 윤형 철조망의 경우 많이 노후화한 부분이 식별됐다"고 답했다. 이어 "장애물을 벌리고 나갈 여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월북 시점이 만조 때라서 (배수로 탈출 후) 부유물이 떠오른 상황에서 월북자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머리만 내놓고 떠서 갔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경찰과 군 당국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2시 20분께 택시를 타고 월곶리에 내려, 이후 만조 시간대에 맞춰 철책 밑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한강 물길을 따라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파악된다.

김 씨가 월북 전 필요한 자금을 환전하고 해당 지역 일대를 사전 답사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비교적 오랜 기간 치밀하게 월북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김 씨의 월북 전후 행적은 군 감시장비에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군 감시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해 김 씨의 월북 전후 행적이 군 감시장비에 찍혔음을 시사했다.

통상 군 감시장비는 운용병 등이 녹화 영상을 실시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김 씨의 행적이 감시장비에 포착됐는데도 이를 놓쳤음을 의미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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