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대기업 총수들은 이렇다 할 여름 휴가도 없이 업무에 매진하며 바쁜 일정을 보낼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사별 경영현안이 산적해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포함해 국내외 안팎에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도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한 환경에 처해 있어서다.

재계는 대부분 총수가 제대로 된 여름 휴가는 반납한 채 현장 경영을 이어가면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하반기 경영구상에 몰두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비해 임직원들에게는 적극적인 휴가 사용을 독려하되 정부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방침에 따라 휴가 기간을 분산해 다녀올 것을 권장하고 있다.

10대 그룹 총수들 "엄혹한 경영환경…휴가에도 경영구상"

삼성전자[005930]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편치 않은 여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이 부회장은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로 7월 초부터 엿새간의 일본 출장을 다녀오고, 이후에도 연일 릴레이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반도체 소재 수급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느라 휴가도 없이 바쁜 여름을 보냈다.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올해도 특별한 휴가 계획이 없다고 한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기소 또는 불기소 판단이 임박한 상태여서 휴가는커녕 경영 차질을 걱정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지난달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및 수사중단 권고가 내려졌지만 검찰이 자체 판단에 따라 기소할 경우 앞으로 이 부회장은 회사 경영에 전념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현재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 재판도 앞두고 있어 이번에 경영권 문제로 추가 기소될 경우 두 건의 재판 부담을 안게 돼 당분간 현장 경영이나 미래 먹거리 발굴 등 경영 행보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 총수들은 휴가를 가더라도 대부분 국내에 머물며 코로나 이후 경영 구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도 특별한 휴가 일정없이 자택에서 경영 현안들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005380]는 코로나로 해외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은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당면과제가 있다.

상반기에는 개별소비세 인하나 고가 제품 소비 쏠림 효과 등으로 국내에선 선방했지만 언제까지 내수 한 바퀴로만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휴가 기간에 하반기 주요 지역 판매 회복방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 차 시장 선점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도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여름 휴가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근본적 혁신(딥체인지)을 집중 탐색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회사에 다닌 지 30년쯤 된다. 이렇게 불확실한 경영환경은 처음"이라며 위기 상황을 강조해왔다.

최 회장은 요즘 SK 임직원들이 산업·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토론에 참여하는 이천서브포럼 홍보를 위해 별도 제작한 홍보 영상에 직접 출연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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