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부국'으로 알려진 베네수엘라가 빈국 아이티보다도 가난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만큼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베네수엘라 수크레의 빈민거주지(사진제공=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안드레스베요 가톨릭대 연구팀은 8일(현지시간) 2019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베네수엘라 9천932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9-2020 국가생활여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 하루 3.2달러(약 3천800원) 미만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가구의 비율이 75.8%에 달했다.

다른 나라들의 기존 자료와 비교하면 미주 최빈국으로 여겨진 아이티(약 50%)보다도 더 높은 중남미 최고 수준의 빈곤율이다.

전 세계에서 원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베네수엘라엔 국제유가 하락, 원유 생산량 감소 등과 맞물려 최근 몇 년간 경기침체가 이어졌다.

2013∼2019년 기간 국내총생산(GDP)은 70% 감소했고, 살인적인 물가 상승은 계속됐다. 이날 베네수엘라 국회에 따르면 6월에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3천500%에 달한다.

조사 결과 베네수엘라 국민의 일평균 소득은 72센트(약 860원)에 불과했고, 79.3%가 끼니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소득뿐 아니라 교육과 공공 서비스 접근권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분석하면 국민의 64.8%가 '다차원적인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는 지난해 51%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2014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베네수엘라 빈곤율이 이렇게 높은 적은 없었다. 이제 중남미가 아니라 아프리카 빈국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며 소득이 줄고 고용환경이 악화해 빈곤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페드로 루이스 에스파냐 교수는 로이터에 "빈부격차 때문에 빈곤율이 늘어난 것이 아니다"라며 "분배할 부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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