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우려 속 해외 현장에서 일하는 한국 근로자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고 있는 중동이 특히 위험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노동자가 코로나19 의심증상으로 사망한 사례가 발생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사진제공=연합뉴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08개국 1천620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는 1만1천988명에 달했다. 제조업 등까지 범위를 넓히면 외국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는 수 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1만1천953곳이 해외에 파견한 본사 인력은 6만6천여명이었다.

'의료체계 열악' 중동이 최고 위험지역

해외건설 주요 시장으로 건설업체들이 대거 진출한 중동지역은 의료체제가 부실해 특히 우려가 크다.

중동지역에서는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2명,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명 등 한국인 노동자 3명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사망했다. 이들은 모두 현지 건설공사와 관련해 파견된 노동자들이었다.

이라크에서 사망한 2명 가운데 1명은 장티푸스를 진단받고 현지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지난달 16일 목숨을 잃은 뒤 사후 코로나19가 확진됐다.

지난달 27일에는 수도 바그다드 외곽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한화건설 협력업체 소장 이모(62)씨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UAE 두바이에서 5월 초 사망한 50대 중반의 건설사 주재원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도중 숨을 거뒀다.

UAE에선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석유 플랜트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15명을 비롯해 70여명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기도 했다. 5월 초 쿠웨이트에서도 귀국한 건설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일이 있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중동지역 18개국 313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해외파견노동자는 5천625명이다. 이라크의 경우 수도 바그다드와 카르발리, 바스라 등의 현장에 필수인력 1천여명이 일하고 있다.

중동지역 국가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재택근무와 통행 금지 등을 시행하면서도 대형 인프라 사업은 예외로 분류했다. 정해진 기간 내 공사를 마쳐야 하는 건설업체들로선 '예외'로 인정된 상황에서 공사를 멈추긴 쉽지 않다. 최근 중동지역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만5천여명씩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 사업장이 많은 걸프지역 6개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8천명 안팎이다.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은 유엔 특별기에 남는 자리를 얻어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 한국인 노동자를 비롯해 370명을 귀국시켰다. 오는 5일에도 40여명이 유엔 특별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다.

중동지역서 귀국한 노동자가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는 데 따른 대책도 마련됐다.

홍영기 주쿠웨이트 한국대사는 "중동지역에서 무증상으로 귀국한 뒤 한국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라며 "이들의 정보를 즉시 파악해 확진자와 (쿠웨이트) 현장에서 접촉한 한국인과 직원을 격리하고 검사받게 한다"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30일 중동지역 파견 건설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방역물품 반출·반입 지원과 응급화상 의료상담 등 가능한 모든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최근 임시허가가 내려진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해외 건설현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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