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경쟁 격화되며 '신 냉전' 구도 본격
난감한 韓, 원칙 갖고 신중히 접근해야


7월 1일, 홍콩 반환 23주년을 하루 앞둔 홍콩의 미래가 '풍전등화'다. 지난해 6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로 불거진 홍콩 문제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불거진 지 1년 만에 양국 갈등이 본격적인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다.
 
 ▲중국이 지난달 30일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자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지위 박탈이라는 초강경 대응에 나섰다. 홍콩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신냉전 구도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데일릭굿뉴스
 
홍콩 간섭 vs 내정 간섭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하거나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이를 집행하는 중국 정부 보안 기관인 '국가보안처'를 홍콩에 세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실상 중국이 홍콩 주민을 감시·통제하고, 반(反)중국 활동을 하는 인사를 모두 체포·처벌할 수 있는 법안인 셈이다.
 
중국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홍콩의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정치체제를 인정하는 것)를 견지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다. 하지만 1984년 체결한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무시하고 홍콩 자치와 사법 독립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미국은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홍콩에 제공한 비자 조건 완화와 관세 면제 등 특별대우 지위를 박탈하고, 홍콩 자치권을 훼손하는 데 책임 있는 전·현직 중국 공산당 관리들에 대한 비자 제한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25일(현지시간)에는 미 상원이 홍콩 자치권 침해에 연루된 중국 관료와 홍콩 공무원 등을 제재할 수 있는 '홍콩자치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제사회 역시 중국 압박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중국과의 화상 정상회의에서 홍콩보안법 강행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거듭 표명했다. 유럽의회는 이보다 먼저 EU와 회원국들이 홍콩보안법 사안을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고 제재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중국은 내정간섭을 중단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이 비자 제한 등 제재를 가한 데 대해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행동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고, 홍콩 사무는 순수한 중국 내정에 속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강 대 강'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다.
 
미·중 간 패권경쟁…홍콩의 미래는?
 
홍콩을 둘러싼 미·중 간 충돌이 패권경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여기에 서방국가까지 합세하며 '신냉전' 구도가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간 힘겨루기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지만 양국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넉 달 앞두고 재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확진자 발생국'이라는 오명을 쓴 채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충격으로 경제마저 급격히 위축됐다. 여기에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전방위적 공세를 펴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의 공포와 정부를 향한 불신이 여전하다. 지난 1분기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등 코로나19 여파로 경제는 위기에 빠졌다. 무엇보다 올해 9월 총선 격인 홍콩의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범민주 진영의 결합을 막기 위해선 중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가장 큰 피해는 홍콩 몫이다. 홍콩 내 진출한 1,541개 다국적 기업 중 미국 기업은 1,300여 개에 달한다. 우선 홍콩의 제재로 이들 기업이 홍콩을 떠날 가능성이 예상된다. 미국과 거래 비중이 큰 다국적 기업 역시 홍콩법인을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의 물류·금융허브' 역할을 잃게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문제는 한국에 대한 미·중 압박이다. 양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일방 선택을 할 수 없어 더욱 난감한 상황. 전문가들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을 갖고 신중하게 대응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도 같은 목소리다.
 
박 교수는 "미·중 갈등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며 "미·중 양국의 요구에 대해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등에 바탕을 둔 원칙을 세우고 대응한다면, 쉽지는 않지만 압박을 돌파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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