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련 기자2019-02-12

늦은 나이에 글과 그림을 배워 전시회를 열었던 전남 순천 할머니들의 인생 일기가 책으로 묶여 나와 관심을 끈다. 전쟁 중 피란길의 외로움, 일본군에게 잡혀간 친구에 대한 그리움 등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슴 울리는 애틋한 이야기 덤덤하게 풀어내 "못 그려도 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고 절로 행복해집니다" '순천 소녀시대'라 불리는 할머니 20명의 살맛 나는 인생 이야기를 담은 그림 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에는 할머니들의 눈물과 웃음이 배어있다. '순천 소녀시대' 할머니들이 살아온 생을 모두 합하면 1600년이 넘는다. 이들의 삶을 모두 책에 담을 순 없지만, 책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겼다. 일본군에게 잡혀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친구에 대한 그리움, 전쟁 중 피란길에 죽은 동생을 업고 온종일 걸었던 슬픈 기억, 글을 몰라 거리의 간판이 다 외국어처럼 느껴졌던 쓸쓸함 등 애틋한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책에서는 삶의 풍파를 헤쳐 온 할머니들의 글 뿐 만 아니라 개성 넘치지만 따뜻한 그림까지 만나볼 수 있다. 뒤늦게 그린 그림에 재미를 붙여 수십, 수백 장을 그렸다. 모두 모으니 수천 장이 넘었고 실력도 깜짝 놀랄 정도로 늘었다. 지난해 서울 한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는데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고, 올해는 뉴욕과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등 미국 전시 계획까지 잡혀있다. 순천시 한글작문교실서 처음 글 배워 할머니들은 2016년부터 순천시 평생학습관 한글작문교실 초등반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내 인생 그림일기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글과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평생 까막눈으로 살았던 할머니들은 연필을 잡는 것조차 두려워했다고 한다. 손이 떨려 선을 긋기도 힘들어 했고 '그림은 한 번도 그려본 적 없다'며 손사래 치고 한사코 펜 들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할머니들과 함께 글쓰기 수업을 진행했던 김순자씨는 "글을 모른다는 사실이 들통날까 봐 불안에 떨고 흰 종이만 봐도 겁을 냈던 분들이었다"면서 "처음에는 글 공보다는 어르신들의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드는 데 더 많이 집중했다"고 전했다. 굳게 닫혔던 할머니들의 마음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열렸다. 할머니들의 마음이 열리니 한평생 묻어둔 가슴 속의 한이 쏟아져 나왔고, 이내 그 이야기들은 가슴 뭉클한 작품이 됐다. 올해 70세인 김명남 할머니는 "공부를 하니까 젊어지고 활달해지고 방송, 잡지에 나와 대단한 사람으로 느껴진다"며 "지금 내 인생의 최고 행복"이라고 말했다. 김순자씨는 "누구나 무언가 한구석 채우지 못한 부분이 있고 숨기고 싶은 것이 있지만 그렇다고 인생 전체가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배움이, 채움이 조금 늦더라도 어느 순간 눌려 있던 재능이 활짝 꽃피는 순간이 찾아온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울고 웃던 수많은 시간, 그 곁에서 보낸 하루하루가 내게도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김정자 할머니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과 남편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데일리굿뉴스

박혜정 기자2019-01-01

새해가 되면 대부분 사람들이 다짐하는 것이면서도 막상 실행에 잘 옮기지 못하는 계획이 있다. 바로 독서다. '올 해는 몇 권 읽어야지' 결심하지만 막상 책을 읽으려고 하면 무슨 책을 어떻게 읽을지 고민에 빠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 봉착한 사람들에게 책을 재미있고 친숙하게 읽을 수 있도록 조언하는 도서를 소개한다. 판사이자 책 중독자 문유석의 '편식 독서' "'성공' '입시' '지적으로 보이기' 등등 온갖 실용적 목적을 내세우며 '엄선한 양서' 읽기를 강요하는 건 '읽기' 자체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책 <쾌락도서>에 실린 저자 문유석의 말이다. 2015년 출간돼 현재까지 20만부가 팔린 <개인주의자 선언>, 드라마 대본 <미스 함무라비> 등을 쓰며 '글쓰는 판사'라는 이력을 가진 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인 문유석은 독서 에세이 <쾌락도서>를 출간했다. 어려서부터 책 중독자로 살아온 그는 독서를 '즐거운 놀이'라고 정의한다. 그런 그의 독서법 역시 눈길을 끈다. 이는 어떤 책이든 첫 30페이지를 읽고 취향에 맞으면 끝까지 읽는 이른바 '편식독서법'이다. 그는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 따위는 없다"면서 "난 내 취향의 책을 골라서, 그 책 중에서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부분은 휙휙 넘기며 읽는다. 어떤 때는 한 책에서 단 한 장, 단 한 구절, 한 문장이 될 수도 있다. 선뜻 의미가 잘 들어오지 않는 책은 잘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대단하고 있어 보이는 어려운 책을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억하기 위해 자신이 읽은 책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몇 가지를 글로 적어보거나 남과 수다를 떨어 볼 것을 제안한다. 그는 "SNS를 독서노트로 삼아 읽은 책에서 내가 내 것으로 흡수한 것들을 끄적끄적 올리곤 해왔다. 결국 내가 내 것으로 흡수한 것은 달랑 그게 전부인 셈"이라며 " 혼자만 읽지 말고 용기 내어 '책 수다'를 신나게 떨어야 더 많은 이들도 함께 읽게 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문 작가는 직접 책을 써볼 것을 권유한다. 글쓰기를 '정말 뿌듯한 똥이 나오는 것'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그는 "글이란 머릿속에 이미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는 무엇을 옮겨적는 것이 아니라 막연한 아이디어가 조금 있는 상태에서 때로는 그것조차 없을 때라도 무작정 자판을 두들기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표현이 튀어나온다"며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지는 구절이 튀어 나올 때면 등골이 짜릿해 이 맛에 글을 쓴다"고 했다. "책을 통해 타인과 세상 발견해왔다" 실제로 문 작가는 책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책 중독자로 살아오며 '편식 독서'한 경험을 유쾌하게 담았다. 사춘기 시절 야한 장면을 찾아 읽다가 한국문학전집을 샅샅이 읽게 된 사연부터 순정만화 세계에 입문한 이야기, <타짜>를 읽고 판사가 된 후 피고인 앞에서 '병목' '깜깜이 바둑이' 등의 전문용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경험, 고시생 시설 <슬램덩크>가 안겨준 위로 등을 이야기 한다. 한 예로 그는 책에서 "암담하던 고시생 시절 <슬램덩크>의 숱한 명장면 명대사 중에서도 체격은 좋지만 팀 동료만큼 천재적 재능이 업는 센터 '변덕규'의 대사에서 위로를 받았다"며 "대사는 '난 팀의 주역이 아니어도 좋다'였는데 이상할 만큼 뭉클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책에서 독서를 통해 타인을 발견하고 세상을 발견해왔음을 고백한다. 판사라는 직업 상 끊임없이 타인의 삶을 읽고 바라봐야 하는데 책을 읽음응로써 다른 사람들을 공감할 수 있는 범위를 넒힐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책이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가느다란 끈이었다.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고통, 욕망을 배워왔다"면서 "잠시라도 타인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게 해주는 책들은 나를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구원해 준다"고 부연했다. ▲책 표지

김신규 기자2019-01-06

“겨우 34층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회색 빌딩, 정문 위에는 ‘런던 중앙 인공부화 및 조절국’이라는 간판이 내걸려 있고, 세계국가의 모토인 '공동사회, 동일성, 안정’이라는 방패 모양의 현판이 붙어 있다.” <멋진 신세계>의 첫 문장이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지는 인간 <멋진 신세계>속의 사람들은 보카노프스키 법에 의해 탄생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된다. 그들은 한 개의 난자로부터 하나의 태아가 나오고 거기서 한 사람의 성인이 생기는 기존의 자연 법칙을 거부하고 보카노프스키 법에 의해 난자를 처리한 가운데 그 난자에 싹이 나고 증식해서 분열하게 한다. “1개의 난자, 1개의 배아, 1명의 성인(成人)이 정상이다. 그렇지만 보카노프스키 절차에 의한 난자는 싹이 나고 증식하여 분열된다. 80 내지 96개의 싹들은 저마다 완전한 배아로 성장하며 각각의 배아는 완전한 크기의 성인으로 자란다는 것이었다. 전에는 1명밖에 자라지 못하던 곳에서 96명의 인간이 성장하면서 말이다.” ▲<멋진 신세계>속의 사람들은 보카노프스키 법에 의해 탄생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된다. ⓒ데일리굿뉴스 80~96개의 싹을 틔우며 그 한 개 한 개가 성장해 완전한 형태를 지닌 태아가 되고 각각의 태아가 완전한 크기의 성인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전에는 한 인간이 자라던 곳에서, 96명이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의 유전자 조작기술을 연상시킨다. 그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태어난 인간을 표준형의 감마 계급, 한결같은 델타 계급, 균등한 엡실론 계급으로 나눠 교육하고 키운다. 예를 들어 델타 계급을 교육시킬 때는 그들이 꽃과 책을 싫어하도록 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훈련에 돌입한다. 델타 계급을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시켜놓고는 요란한 소리를 내어 책을 증오하게 만들고, 꽃을 감상하라고 해놓고는 전기 쇼크를 주어 꽃도 증오하게 만든다. 하층계급의 인간이 독서로 인해 세계국가의 시간을 낭비한다든가, 해로운 독서를 함으로써 그들의 조건방사 작용을 약화시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꽃을 좋아하는 등 자연에 대한 애착이 생기면 공장을 분주하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델타 계급에게는 ‘여가’를 증오하게 해 일만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키워진 델타 계급은 아예 책과 꽃을 볼 때의 기쁨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일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불평을 할 일도 없게 된다. 계급 따라 정해진 운명 소설에서 인공부화조절국에서 태어나는 필요에 의해서 똑같은 일을 하도록 만들어 진 수십 명의 쌍둥이들. 앞에서의 언급했듯이 이들은 정해진 운명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사회에 순종하면서 자신이 처한 위치가 다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도록 교육받는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그러한 가치관이 태어나기 전부터 수면학습이나 전기 자극 등을 통해 몇 백 번씩 반복해 학습된 것이라면 그 행복을 진실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20세기 문명이 어디로 치닫고 있는가를 회화적으로 묘사해 그것이 지닌 위험을 경고한 작품으로, 20세기에 쓰여진 미래소설 중 가장 우수한 것으로 손꼽힌다. 기계 문명의 극한적인 발달과 인간 스스로가 발명한 과학의 성과 앞에 노예로 전락해 마침내 모든 인간 가치와 존엄성을 상실하는 지경에 도달하는 비극을 묘사했다. 이 작품은 헉슬리가 1931년에 써서 1932년에 출간한 소설이다. 2540년 미래의 런던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인간의 대량 생산과 최면 교육이 이뤄지는 등 변화된 사회를 묘사한다. 야만인 청년을 통해 두 세계, 즉 유토피아 세계와 원시적인 세계를 제시한 작품으로 문명 비판적 풍자와 도덕적 교훈이 잘 맞물려 현대 문명사회를 희화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진보주의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세기에 쓰인 미래소설 중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위트, 명석하고 이지적인 문체를 통해 현실의 다양한 가치의 혼돈 속에 자아를 해제하는 과정을 실험적으로 보여 준 천재적인 작가의 천재적인 작품이다. 소설 속의 26세기는 아니지만 현대사회 우리 모습이 어느 정도 투영돼 보인다. 평등사회라지만 부귀에 따른 보이지 않는 새로운 계급사회가 형성되는 모습이 연상된다. 상위 1%가 되기 위해 마치 계급에 맞는 교육이 이뤄지는 소설 속 장면처럼 개인의 적성과 꿈은 무시된 채 무작정 앞을 향해 질주하도록 자녀들을 몰아세우는 일부 계층의 모습들이 그것이다. 또한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인간의 의지가과학 기술에 완벽히 종속돼 버린끔찍한 전복에 대해 경고한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들은 당연히 이를 깨닫지 못하도록 세뇌돼 있다. 완벽하게 비판능력이 상실된 사람들에 의해 세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이 소설에서 우리는 자기 생각은 없이 권위자의 생각에 휘둘리고 스스로 주체적으로 사고하려고 하지 않는 현대인의 모습도 엿보게 된다.

윤인경 기자2019-01-18

지금처럼웃음이절실한시대없었다 “오늘환하게웃은적몇번이었나요?” 유머있는사람되려면?…‘공감’·‘감수성’ 진솔한유머, 병든사회낫게하는힘 “진정한유머는경솔함이아닌진솔함에서우러나온다. 자기에게솔직할때, 그리고심각한허세를내려놓고진지한눈빛으로타인을바라볼때가슴에서가슴으로진동하는익살이솟아오른다. 그웃음은세상을다르게만날수있는삶의자리를빚어낸다.” 미국갤럽사가지난2014년, 전세계143개국을대상으로'감정에관한조사'를시행한적이있다. 긍정적인감정을경험하는나라의순위를살펴보니1위가파라과이, 2위콜림비아등중남미국가들이대부분석권했다. 미국은25위, 독일은34위, 중국은45위, 일본은83위였다. 그렇다면우리나라는몇순위였을까. 143개국가운데121위, 하위권이었다. 한국의자살률이높고행복지수가낮다는조사결과가매년발표되는만큼예상된결과지만, 긍정적인감정의경험을어떻게산출했을까? 질문은다음과같았다. △어제느긋하게쉬었습니까? △어제미소를지었거나크게웃었습니까? △당신은어제주변사람들에게존중받았습니까? 가파른생존경쟁속에서일과공부에치이는한국사회. ‘피로사회’라는말이전혀위화감이없을만큼거리를오가는사람들, 출퇴근지하철에서마주하는사람들의표정은온통무표정이다. 하루하루사는게그저힘들고짜증과분노로점철된일상에유머가깃들자리는없었다. 사람들은“웃고싶어도웃을일이없다”고말한다. ‘모멸감-굴욕과존엄의감정사회학’, ‘생애의발견-한국인은어떻게살아가는가’ 등을통해한국사회의모습을분석해온사회학자김찬호는최근<유머니즘>을펴냈다. 저자는유머를진지하게들여다보며웃음이라는감정이어떻게공유되고사회적으로어떤힘을발휘하는지를고찰했다. 무한경쟁을통한성장, 풍요에대한장밋빛환상과강박을내려놓고, 수많은사람들이‘좋은삶’이무엇인지에대해질문하는지금유머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다. 저자는“지금처럼세상에웃음이절실한시대는없었다”고말한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유머감각이하나의스펙이됐다. 타인에게웃음을선사할줄아는사람들이어딜가나주목을받고, 리더십에서도유머감각이요구된다. 하지만유머는공부한다고늘지않는다. 남들에게들은유머를빼곡하게적고그걸달달외우거나, 코미디방송프로그램을챙겨본다고유머를늘릴수있는게아니다. 저자는유머는스킬이아니라고말한다. “유머는스킬이아닌, 일정한세계를공유하면서변주를즐기는정신이다. 유머러스한발상과표현은사물을참신하게바라보는시선을열어준다. 에고의집착을풀고상생의기쁨으로나아가는길잡이가되어준다.” 자기를상대화하는용기, 주어진상황을낯설게바라보는관점, 타인의마음을섬세하게읽어내고그움직임을순간포착하는직관을필요로한다. 저자는“유머는대화에서양념처럼첨가되는조미료정도로여기는경우가많지만한꺼풀벗겨보면인간성을이해하고실현하는바탕이되고, 관계의본질을드러낸다”고말한다. ▲온통 무표정인 사람들. 저자는 "지금처럼 세상에 웃음이 절실한 시대는 없었다"고 진단했다. 유머에휴머니즘담겨야…“함께웃지못하는웃음은폭력” 유머는인간이발휘하는독특한정신적능력이다. 경험이나상황을새로운각도에서포착하는직관이자, 이를더높은차원으로변화시키는창조성이담겨있다. 유머는사람들사이에공감대를확장하면서소통에활력을불어넣고유대감을높여준다. 또‘뼈있는농담’이라는말처럼, 유머는사태의본질을통찰하는경우도많다. 저자는하지만지금한국사회가병적인웃음으로만연하다고진단한다. 사람을업신여기면서쾌감을느끼는비웃음, 성적인수치심을유발하는성희롱유머, 권력과지위를드러내는과시적인미소등병적인웃음이가득하다는것. 다른사람들과상호작용하며유머가통하고안전하게웃을수있는삶의영역이점점좁아지고있다. 개인적인시간역시혼밥, 혼술, 1인가구의증가로더고립되고단절되는시간이늘어났다. 각종미디어에서온갖흥미진진한볼거리가쏟아지지만, 텔레비전과스마트폰을보며웃는웃음은사뭇다르다. 저자는가슴을가득채우는웃음은사람과사이의관계속에서, 마음터놓고대화를나눌때발생한다고말한다. 유머는그의도가빗나갈위험을안고있다. 웃자고한말인데죽자고덤비고, 진지한말을농담처럼받아들이기도한다. 저자는유머가폭력이되지않기위해서는‘맥락에대한섬세한감수성’이필요하다고말한다. 다른사람이이상황을어떻게느끼는지, 그들과의관계가어떤정서로채워졌는지의식해야한다는것이다. “유머는개인이발휘하는능력이나감각이지만, 신뢰와공감의사회적공간에서자연스럽게발현되는우연의예술인경우가더많다.” 모든사람들이팽팽한줄위에서아슬아슬하게균형을잡아야만하는무한경쟁의시대, 이책을읽다보면‘유머’가우리일상에서어떤의미를가질수있는지알게된다.

김신규 기자2019-02-10

현대 사회는 양 극단의 사고를 지닌 무리들 간의 팽팽한 기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단적 사건이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온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는 테러 사건이 그칠 줄 모르고, 종교의 얼굴을 한 극단주의도 여전히 횡행한다. 한국사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소위 좌파라는 진보성향의 여당과 보수 우파 야당의 팽팽한 대립,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으로 불거졌던 혜화역에서의 페미니즘 시위, 워마드의 가톨릭 비난 성체 훼손 사건 등은 우리 사회의 극단주의의 극히 일부분의 하나다. 이외에도 SNS나 메신저 등 사회관계망에서도 특정 기사나 글에 대해 반대하는 성향의 사람들과 찬성하는 사람들 사이의 난투극은 광신을 방불케 할 만큼 우리사회에 짙게 드리운 극단주의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극단주의의 특징들- 배타성, 광신, 강요, 혐오 ▲김태형 저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표지 ⓒ데일리굿뉴스 사회심리학자 김태형이 쓴 <그들은 왜 극단적일까>에서는 사회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극단주의자들은 사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극단주의의 주요 특징으로 배타성, 광신, 강요, 혐오를 꼽는다. 배타성은 “자신이 속한 집단 즉 ‘내 집단’은 무조건 옳고 외집단은 다 틀렸다고 간주하는 대단히 심각한 내집단-외집단 편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배타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불관용의 태도나 비타협성과 혼동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짓이나 비타협성은 배타성이나 배타성을 기본 특징으로 하는 극단주의와 관련이 없다. 오히려 이러한 배타성은 현실에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극단주의는 또 비합리적 믿음, 광적인 믿음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광신은 본질적으로 배타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배타적인 사람이나 집단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수 없으며 인정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완전무결함을 절대적으로, 미친 듯이 붙들고 있어야 비로소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극단주의의 특징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자신의 믿음을 타인의 믿음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강요의 특징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강요함은 물론 그것을 거부할 경우 박해나 학대를 하며, 심한 경우 죽이기도 한다. 저자는 극단주의는 배타성, 광신, 강요를 세 개의 바퀴 삼아 움직인다고 정의한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극단주의를 지나치게 넓은 의미 혹은 모호한 의미로 사용할 경우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온갖 것들을 모두 극단주의로 규정하는 마녀사냥이 가능해지는 만큼 주의를 요한다. 극단주의는 외부세계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곧 혐오를 낳는다. 혐오는 배타성과 맞물리는 성향을 보인다. 둘을 분리하기 어렵다. 즉 배타시하는 대상은 혐오하는 대상이 되기 마련이고, 어떤 대상을 혐오하게 되면 그것을 배타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상에 대한 혐오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기에 어떤 대상을 혐오한다는 명분으로 그를 극단주의자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극단주의 조장하는 권위주의적 사회 지배층 극단주의를 부추기거나 묵인하는 세력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권위주의적 사회 지배층이라고 단정한다. 이들은 ‘차별’이라는 방법으로 각종 사회 집단을 이간질해 자신들의 안전과 이익을 꾀하기 때문이다. 차별당하면 억울하고 억울하면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데, 그 분노가 사회 지배층(강자)이 아닌 다른 계층(약자)으로 향하게 왜곡시켜버린다. 저자는 권위주의 저변에는 뜻밖으로 심리적 무력감이 깔려 있다는 사실 또한 묘한 아이러니 같다고 언급한다. 저자는 또 극단주의에서 빠질 수 없는 테러리즘과 관련해 유일신 근본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종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언급한다. 여기서 사례로 든 기독교 근본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와 같은 폐쇄적인 유일신앙은 그 배타성과 광신, 강요, 혐오로 극단적 분쟁을 초래하곤 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로 중세의 십자군 전쟁과 21세기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을 언급했다. 저자의 유일신앙이 문제가 있다는 식의 언급은 문제로 기독교적 시각에서 동의할 수 없지만, 일부의 권력층이 자신들의 권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저지른 역사적 사건들을 보면 잘못된 신앙관이 크나큰 역사의 오점을 남긴다는 점도 여기서 알 수 있다. 저자는 극단주의를 예방하고 퇴치하려면 안전한 사회 구축, 기층 민주주의 실현, 국가 차원의 공동체 건설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실제적 위협과 정신적 위협에서 해방돼 타인들(사회)에게 받아 들여 지고 타인들로부터 사랑과 존중을 받을 때 비로소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다. 기층민주주의 실현은 민중이 기층 단위의 주인공이 됨으로써 일상적 삶을 민중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적폐 청산을 필수로 해 국가 공동체를 새롭게 재건하면 전체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된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박혜정 기자2019-01-21

대한민국 사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공감과 소통이다. 사회적으로 논쟁거리가 있을 때마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등 마치 유행어가 돼 버렸다. 날로 팍팍해지는 현실 속에서 진정한 공감과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 사람 3명 중 1명은 우울증이고, 자살률은 몇 년째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현대사회의 현주소다. 이런 가운데 30여 년 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한 정혜신 박사는 자신의 책 <당신이 옳다>에서 공감과 소통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통찰력 있게 이야기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 팁(tip)을 제안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진정한 공감, ‘존재의 과녁’에 도달해야 “누가 이야기할 때 중간에 끊지 않고 긍정해 주는 것, 잘 들어주는 것이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그건 공감이 아니라 ‘감정 노동’이다.” 정혜신 박사는 자신의 책 <당신은 옳다>에서 공감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꼬집었다. “나라도 참아줘야지 하며 눈 질끈 감고 버티는 일엔 한계가 있다"며 "이런 것은 공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공감이란 무엇일까. 저자 정혜신 박사는 공감이란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조각 보다가 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 도달하는 깊은 이해의 단계”라며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힘 중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힘”이라고 정의했다. 일종의 ‘치유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을 살리는 공감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성품보다는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저자는 배움의 첫 단계로 ‘공감의 과녁’을 강조했다. 대화에는 과녁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 과녁에 맞추어 정확하게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그는 책에서 역사에 관심 많은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예시로 소개했다. 해당 변호사는 모임에서 다른 사람은 관심 없는 역사이야기를 꺼내 장황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응하는 정 박사의 질문은 역사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 즉 ‘그’에게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테면 “나는 역사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역사에 각별한 관심이 있는 당신이 궁금합니다. 역사의 어떤 점이 그렇게 끌리나요?” 등이 변호사를 향한 정 박사의 질문이다. 이같이 상대의 ‘존재 자체’에 관심을 돌리는 공감적 대화는 서로 간 자기 내면의 여러 마음들을 꺼낼 수 있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공감하는 일에는 전제가 따랐다. 상대방을 공감해주는 자기 자신이 먼저 공감 받아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하려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에게도 무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기 보호를 잘하는 사람이야말로 누군가를 도울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회복지사, 시민운동가 같이 사회적으로 공감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은 ‘공감 강박’ 때문에 탈진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나 피해자들을 돕다 무례한 대접을 받을 때, 동의 할 수 없는 요구에도 그냥 참고 인내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피해자를 미워하는 일명 '나쁜 사람'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저자는 “공감자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누군가 알아줘야 나중에 피해자에 대한 홀가분한 공감이 가능하다”며 “자기 보호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가 힘들어 보인다고 개입하는 것은 수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다급한 마음에 무작정 뛰어 드는 것과 같다. 둘 다 불행해진다”고 조언했다. ▲지난해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우울증 진료 환자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58만8천명에서 68만1천명으로 15.8% 증가했다. ‘충조평판’ 대신 해야 할 공감언어, “너는 옳다” 저자는 책에서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상대방에게 전하는 이야기들은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에 그치는 우리의 공감 능력을 꼬집기도 했다. 충조평판의 다른 말은 ‘바른말’이다. 저자는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라며 욕설에 찔려 넘어진 사람보다 바른말에 찔려 쓰러진 사람을 과장해서 한 만 배쯤은 더 많이 봤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별 것 아니다. 괜찮다. 가능하면 그녕 버텨라”,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어봐” 등 공감한답시고 무심코 내뱉는 표현들이다. 우리가 혹시 누군가에게 ‘충조평판’을 늘어놓고 있지는 않은지, 바른 말을 한답시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게 한다. 한편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는 지난 해 11월에 출간된 이후 현재까지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영향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를 통해 “싱가포르, 파푸아뉴기니 순방 중에 전용기 안에서 이 책을 읽었다”며 “공감과 소통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늘 생각해왔지만 내가 생각했던 공감이 얼마나 얕고 관념적이었는지 새삼 느꼈다. 가족들과의 공감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독후감을 남겼다. 영향을 받은 대통령 지지층들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다른 사람을 공감하고 소통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실용서와 같다는 점에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지키는 진짜 이유일 것이다. 저자는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에 사람에게 필요한건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너는 옳다’는 이야기”라며 “이 책을 읽고 ‘충조평판’만 안 할 수 있어도 공감의 절반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혜인 기자2019-01-21

새해 들어 '독서 계획'을 세운 기독교인들을 위해 올해 꼭 읽어야 할 신앙 서적을 모았다. 아래 6권은 기독 출판사 에디터들이 엄선해 추천한 책이다. 먼저,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는 초대교회의 역사를 통해 기독교가 확산된 이유를 집중 조명한다. 무너져버린 한국교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는 평가다. <혁명의 시대와 그리스도교>에는 18세기에서 19세기 사이의 역사적 사례가 풍부하게 담겼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고찰하도록 돕는다. ▲IVP 선정 도서<덕과 성품>,<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데일리굿뉴스 편지 형식의 책 <덕과 성품>도 눈길을 끈다. 미국에서 최고의 신학자로 선정된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로렌스라는 아이에게 15년 동안 쓴 편지가 수록돼 감동을 전한다. 편지에는 자비, 인내 등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14가지 덕목이 설명됐다.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는 로마의 한 그리스도인의 하루를 보여준다. 독자에게 기독교인의 삶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생하게 가르쳐준다. ▲넥서스크로스 선정 도서 <나는 하나님 나라의 교사입니다>, 두란도 선정 도서 <답이 되는 기독교>ⓒ데일리굿뉴스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지침서가 될 만한 책도 있다. <나는 하나님 나라의 교사입니다>에서 저자는 교사의 롤모델로 예수님을 제시하며, 그분의 영성을 가질 때 진정한 교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 책은 미국을 넘어 한국에서도 존경 받는 팀 켈러 목사의 <답이 되는 기독교>이다. 신이 없다고 말하는 무신론자들의 주장을 탁월한 논리로 풀어내 비기독인에게 선물해도 좋을 책으로 꼽힌다.

최상경 기자2019-01-10

'입시'가 있는 세계는 둘로 나뉘어 있다. 시험 한쪽은 지망생들의 세계, 다른 쪽은 합격자들의 세계다.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들어가려면(入) 시험(試)을 치러야 한다. 문학공모전, 기업 공채, 대학입시 각종 고시 등은 그런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합격자들은 자신의 세계에서 새로운 규칙들을 습득한다. 그러다 보면 패거리주의, 엘리트주의에 자연스레 빠지게 된다. 몇몇은 이 시스템이 잘못됐다며 울분을 터뜨리지만 대다수는 시스템이 그럭저럭 기능한다고 여긴다. 주목 받는 작가로 꼽히는 장강명 작가는 전직 기자로서의 취재력, 참신한 통찰력을 갖고 시스템을 취재했다. 그가 취재 결과물을 통해 보고자 한 것은 한국 사회의 민낯이다. 기회를 주기 위해 기획된 시스템은 어떻게 새로운 좌절을 낳았나. 그리고 우리는 어떤 해답을 찾아야 할까. 좌절의 시스템이 된 '공채' "대한민국의 젊은 취업준비생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참고서를 사서, 또는 인터넷 강의로, 또는 비싼 수강료를 내고 학원에 가서 그런 문제를 푸는 법을 배우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청년들이 새로운 알고리즘이나 특허를 궁리할 때 서울의 청년들은 머릿속으로 색종이를 접거나 돌리거나 오려내는 훈련을 한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는 치열한 입시 전쟁을 치러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중에서 자신의 수능 성적에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서연고서성한…'을 주기율표보다 정확하게 읊어내며 서열을 매기는가 하면, 대학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에 절망하면서도 다시 대기업에 입사하려 목매다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장강명 작가는 <당선, 합격, 계급> 에서 당선과 합격이라는 제도가 사회적 신분으로 계급화되는 메커니즘을 파헤쳤다. '고시'에 비견되는 '언시'를 뚫은 기자였다가, 그 힘들다는 문학 공모전에 네 번이나 당선된 작가가 왜 이러한 선택을 했을까. 공채와 공모전 시스템의 최대 수혜자가 시스템에 반기를 든 까닭은 오직 한국 사회가 만든 간판 차별이 싫어서다. 저자는 한국 경제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를 과거시험과 신춘문예, 그리고 공채를 관통하는 경직된 방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제도적 한계에서 찾았다. 그는 "내부 사다리가 너무나 허약하기 때문에 복권이나 다름없는 공모전이 오히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면서 "유능한 인재들이 투고보다는 공모전 도전을 택하면서 업계의 내부 사다리는 더욱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똑같은 현상이 지금 한국의 취업시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년실업, 헬조선, 취준생, 공시족…청년 실업자 100만 시대', 한국 사회는 앞으로도 이 시스템을 고수할 수 있을 지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제도' 닮은 '공채제도'의 모순 물론 한국의 입시·공채 제도는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통과하기만 하면 안정된 지위를 갖게 된다. 단기간에 대규모 인원 채용이 가능하며 많은 이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준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간판'에 대한 집착과 합격에 따라 '기수'가 생겨나는 등 서열 문화를 양산한다. 저자는 이러한 속성들이 과거제에 근간해 있다고 설명한다. 대규모 공개시험을 거쳐 엘리트를 채용하는 공채 시스템이라는 점에서다. 과거제는 시험을 통해 능력 있는 '선비'를 선발한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폐단도 컸다. 우선 사회적 낭비가 심했다. 조선 정조 때에는 문과시험(정시 초시) 응시자가 10만 명을 넘었고 19세기 후반에는 응시자가 20만 명을 넘겼다. 최종합격자는 한해 서른 명 남짓. 청년 수십만이 한창 일할 나이에 과거에 매달린 것이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인재는 제대로 뽑지 못했다. 과학기술이나 경제, 민생은커녕 그 시대 국제 정세, 행정에 대해서도 무지한 인재들이 많았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한국 사회가 역동성을 잃어가는 것이 바로 이런 성격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또 그는 공채 시스템이 상당 부분 운이나 심사자 취향에 좌우될 수 있는, 전문성이나 본질에서 벗어난 시험이라는 사실도 지적한다. 창의성과 딱히 관련 없어 보이는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 시험문제, 공무원 본연의 업무와 관련 없는 공무원시험 문제, 노조에 관한 견해를 묻거나 응시자를 괜히 주눅 들게 하는 압박면접 같은 과정들이 그 예다. "<나의 토익 만점 수기>로 문학상을 받은 심재천 작가는 자신이 쓰고 싶었던 소설이 아닌 ‘공모전 모범 답안’대로 쓴 작품으로 등단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쓰고 싶은 작품을 쓰는 대신 시험 준비를 위해 힘을 낭비하는 일은 개인적으로 정말 슬픈 일이고, 사회적으로도 대단한 낭비 아닌가?" '청년실업, 헬조선, 취준생, 공시족…청년 실업자 100만 시대, 한국 사회는 앞으로도 이 시스템을 계속해서 고수할 수 있을까. 2년이란 긴 시간을 이 책을 위해 할애했다는 저자는 책을 통해 뾰족한 해답을 내리진 않는다. 다만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을 걸 뿐이다. "어쨌거나 내 의견은 내 의견일 뿐이다. 그것이 정답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나로서는, 이 책이 논쟁거리가 됐으면 좋겠다. 치열하고 생산적인 토론의 물꼬가 열리면 좋겠다." 물꼬는 이미 트여졌고, 논쟁은 이제 시작이다.

조준만 기자2018-12-28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 온 한국의 자본주의 모델이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사회는 50년 사이 엄청난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서울의 밤은 고층빌딩이 뿜어내는 빛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산업단지의 공장들은 힘차게 돌며 기계를 깎고 쇳물을 토해낸다.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경제를 이끌어가는 상위 몇 퍼센트와 나머지 노동자와 자영업자들 사이에는 '거대한 균열'이 벌어져 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김용균 씨는 홀로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2016년에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19살의 '어린' 노동자가 숨졌다. 이들은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로 위험한 현장에서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안정된 미래와 급여를 보장받지 못했다.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 집을 팔고 퇴직금에 은행융자를 끼고 문을 연 치킨집과 편의점은 3년 내 40퍼센트 가까이 문을 닫고 있다. 삶의 어느 순간에 가난 할수 있고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가난'의 상황이 고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다. 풍요로운 세상이 됐지만 계층 간 불평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의 끝은 어디일까. ▲2001년 노벨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조지프 스티글리츠. 그는'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표되는 시장의 자기 조절 기능에 회의적이며, '간섭받지 않는 시장은 재앙'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데일리굿뉴스 불평등은 비효율적이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그의 책 <불평등의 대가>에서 "어떤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오랜 시간을 일한다. 제대로 돌아가는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은 이런 노력을 기울인 이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주장하는 바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온정을 손길을 내밀자는 주장이 아니다. 열심히 오래 일하는 사람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부제(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에 나와 있듯 스티글리츠는 사회에 만연한 제도화된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하고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을 낳는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불평등의 원인을 '정치'에서 찾는다. 저자는 "불평등은 정치 시스템의 실패의 결과"라고 말한다. 그가 불평등의 책임을 정치 시스템으로 돌리는 이유는 오늘날 경제에서 '정부'가 게임의 규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장의 경찰관 노릇을 하며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결정한다. 또한 각종 제도를 통해 소득을 재분배하고 부의 역학을 변화시킨다. 정부가 어떤 기능을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불평등의 수준도 달라진다. 결국 모든 경제 문제의 핵심에는 '정치'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상위 1퍼센트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해 시장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기구에 자신들의 관점을 지지하는 사람을 책임자로 앉힌다. 정부의 '관료'들은 정부에서 나와 기업의 이익을 대신하는 '전관(前官)'으로 변신한다. 기업은 이들의 전문성이 아닌 이들이 가진 '정·관계 인맥'을 사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는 상위 계층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시장의 규칙을 바꿨다. 그러면서 자신들(상위 1퍼센트)의 이익이 나머지 99퍼센트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관념'을 심었다. 낙수효과가 이런 관념 중 하나다. ▲스티글리츠는 "99퍼센트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없이는 '미래의 불평등'은 지금보다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데일리굿뉴스 '불평등의 대가' 막으려면?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 책이 제시하는 해법은 통화 정책보다 재정 정책이, 긴축 정책보다 적극적인 재정 지출 정책이, 공급 중심 정책보다 수요 중심 정책이, 부유층을 보호하는 정책보다 중간 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돕는 정책이 경제를 성장시키고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역설한다. 여기에 더해 상위 1퍼센트가 심각한 불평등이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자신들의 운명이 99퍼센트의 운명과 같이하는 관계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99퍼센트도 '낙수효과'와 같은 1퍼센트가 심은 관념에서 벗어나 그들의 주장이 허구임을 깨닫게 된다면 '기회와 공평성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 유지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오력'해도 변하지 않는 경제적 불평등과 그로인한 수많은 문제는 오늘날 전 세계적인 문제다. ‘99퍼센트’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없이는 ‘미래의 불평등’은 지금보다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심해지는 불평등은 ‘공동체 의식’을 훼손해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지 모른다고 말한다. 1퍼센트를 위해 작동하는 ‘정치’가 아닌 99퍼센트를 위해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는 정부가 필요하다. ‘기회와 공평성’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 유지되는 사회가 되지 못한다면 엄청난 양극화와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붕괴’라는 엄청난 ‘불평등의 대가’를 치를지 모른다. ▲<불평등의 대가>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조지프 스티글리츠,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김신규 기자2018-12-24

소설가 허성수의 단편소설집 ‘적의 아들’(렛츠북)이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쓴 12편의 중단편소설을 묶은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할머니의 마지막 성탄절’은 40여 년 전 흑백사진 같은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한 할머니의 신실한 신앙을 묘사하고 있다. 몹시 추운 겨울날 동냥하러 온 거지 가족에게 할머니는 오두막집 따뜻한 작은방을 숙소로 제공하며 전도를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돌아온 큰 손자가 거지 일가족이 자신의 방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읍내에 사는 고모를 데리고 와서 그들을 내보내게 한다. 결국 거지들은 하룻밤도 따뜻한 방에서 지내지 못한 채 그 할머니의 집을 떠나 추운 다리 밑에 가서 잠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그 후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영하의 날씨가 다리 밑에서 거적때기를 치고 잠자던 거지 일가족 4명 중 3명을 동사시켜 버린다. 단지 거지 부부의 갓난아기만 혼자 살아남아 그날 아침 내내 다리 밑에서 울부짖고 있었는데 그 울음소리 때문에 거적때기 가까이 다가간 마을사람에 의해 그들의 주검이 일찍 발견된다. 마침 그 날이 크리스마스 전날이다. 거지 일가족이 동사한 사건은 라디오 뉴스로도 보도가 된다. 할머니도 그 사실을 전해 듣고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을 내쫓은 손자나 다른 가족을 탓하는 대신 자신을 탓하며 밤새 울면서 기도한다. 손자는 회개하는 할머니의 기도 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다가 새벽녘에 새벽송을 온 교인들의 기척을 듣고 잠을 깬다. 곁에 기도하다가 잠든 할머니를 깨우려 하지만 전혀 반응이 없다. 할머니는 엎드린 채 기도하는 모습으로 이미 숨을 거둔 것이다. 밖에서는 할머니의 영혼을 위로하듯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노래 소리가 천사들의 합창처럼 은은하게 들려온다. 성탄절을 앞두고 한번 쯤 헐벗은 이웃들을 생각하게 하는 단편소설이다. 이처럼 작가는 걸쭉한 입담으로 독자들을 몰입하게 하는데, 특히 성도들이라면 스스로 신앙을 되돌아보게 하며 여운을 남긴다. 경기대 국문과 명예교수 이재인 소설가는 ‘적의 아들’에 대해 기독교 사상이 육화된 작품으로 평가하면서 “성령이 무디어진 그리스도인들이 허성수 작가의 글을 읽는다면 해이해진 자신의 신앙상태를 되돌아보면서 재충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추천했다. 허성수 著/ 렛츠북/ 신국판 312쪽/ 1만 3,000원

박혜정 기자2018-12-13

사회학자이자 문화비평가 최태섭이 쓴 책 <한국, 남자>가 남혐논란에 휩싸였다. 이 책과 관련된 인터넷 서점에서는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단 탈퇴 소동이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봤다. 인터넷 서점, '한남' 메일 논란 "어쩌면 그렇게 한(국)남(자)스럽니?" 이 문장은 인터넷 서점이 운영하는 웹진이 최근 회원들에게 책과 저자 최태섭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보낸 e-메일 제목이었다. 그런데 이 메일제목은 해당서점을 남성혐오 논란에 휩싸이게 한 불씨가 됐다. 남성 사용자가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사이트를 탈퇴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점을 처벌해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회원들은 "해당서점이 한남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사용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며 "서점과 출판사가 남성 비하에 앞장섰다. 상대가 여성이라면 이렇게 홍보하겠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남이라는 표현이 남성들에게 모욕감을 줬다는 것이다. 결국 해당 인터넷 서점은 사과문을 게재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해당 서점은 "최태섭 작가와 인터뷰에서 작가 저서를 소개하는 내용 중 발췌한 문장"이라며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이번 일로 불편한 마음을 느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번 일은 '김치녀' '한남충' 등 한국 여성과 남성이 서로를 비하하는 혐오적인 표현, 더 나아가 남녀 간 갈등을 유발하는 혐오문제가 곧 사회적 문제라는 점이 표면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남자, 요즘 사회에서 굉장히 곤란한 존재" ▲책 표지 최태섭의 <한국, 남자>는 신랄하게 한국 남성의 실체를 밝히고 있다. 페미니즘 운동과 더불어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 및 차별을 되갚겠다는 이른바 '미러링'을 통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오늘날,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 속에 추구된 한국 남자의 '남성성'과 그 실체는 달랐음에 주목하는 책이다. 이를 위해 최 작가는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한국전쟁·군사 독재시절·장기화된 경기불황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시대순으로 조망하면서 '남성성'이 어떻게 작용했고 변해 왔는지 통계 자료를 근거로 기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최 작가는 "한국 남자라는 존재는 요즘 현대사회에서 굉장히 곤란한 존재가 되고 있다"며 "이 곤란함은 이중적이다. 한국 남자는 그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이상적인 남성성을 현실로 구현해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젊은 남성들 중에는 아버지 세대가 가장으로서 권위를 누렸던 것을 자신이 할 수 없음에 박탈감을 느끼는데 이 자체가 허상인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다. 또한 한국남자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 자신을 돈 버는 기계에 비유해 피해자라고 외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이상을 실현화 하지 못한 실패를 언제나 다른 사회적 약자들, 특히 여성의 탓으로 돌려왔다"며 "사회적으로는 폭력과 억압의 주체고, 내적으로는 실패와 좌절에 파묻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출판사 은행나무 측은 "이 시대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른 젠더문제에서 지금까지 초점은 여성의 문제에 맞춰져 있었다"며 "저자는 그 나머지 반절, 성별 질서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남성성을 중심으로 젠더문제를 고찰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천보라 기자2018-11-15

정유정 작가가 일본에서 독자들을 직접 만난다. 정유정 장편소설 <7년의 밤>을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가 최근 일본에서 개봉됨에 따라 작가가 현지 독자 및 관객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행사를 갖는다. <7년의 밤>은 지난 2017년 말 일본 후쿠오카 출판사 쇼시칸칸보(書肆侃侃房)를 통해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한 한국영화 <7년의 밤>은 톱배우 장동건과 류승룡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었다. 올해 3월 한국에 이어 최근 일본에서 개봉됐다. 작가 최근작 <종의 기원> 역시 내년 초 출판사 하야카와쇼보(早川書房)를 통해 출간될 예정이다. 이를 기념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학번역원은 13일부터 17일까지 일본 도쿄와 후쿠오카에서 정유정 작가와 함께하는 다양한 한국문학 행사를 개최한다. 작가는 13일 도쿄 신주쿠 시네마트 영화관에서 <7년의 밤> 상영 후 관객들과 만난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다수 제작되는 일본에서 현지 관객들은 소설과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감상을 듣고 이야기를 나눈다. 14일에는 도쿄에 있는 비앤드비(B&B)서점에서 일본 작가 구보 미스미와 대담을 가진다. 독자와 소통하는 다채로운 기획으로 알려진 이 서점에서 두 작가는 '사실과 진실의 사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16일에는 후쿠오카에서 '문학에 있어서의 '악''이라는 주제로 일본 작가 가쿠타 미츠요와 대담한다. 17일에는 후쿠오카대학에서 한국문학 독후감대회 시상식에 참석한다. 또 수상자와 독자들을 대상으로 '인간의 심연을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강연할 계획이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한국문학 독후감대회는 한국문학번역원이 지원하고 현지 교육기관이 주최하는 행사다. 올해 대회는 후쿠오카대학 주최로 <7년의 밤>을 비롯해 이기영 <고향>(헤이본샤, 2017), <국경을 넘는 그림자>(아시아프레스, 2017), 한강 <희랍어 시간>(쇼분샤, 2017) 네 작품을 대상으로 독후감을 공모했다.

김주련 기자2018-11-13

구한말 일제 강점기 한국은 가난하고 비위생적이며 황폐한 땅이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폐허에서 신음해야 했던 한국. 이렇듯 척박한 이역만리의 나라에 스스로 찾아와 젊음과 열정, 재산, 심지어 자신과 가족의 생명까지 바치며 헌신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미국 개신교 선교사들이다. 공병호 박사는 신간 <이름 없이 빛도 없이>에서 그들의 유산과 교훈을 재조명했다. 초기 순교자부터 그들이 남긴 신앙 유산까지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우리 민족이 예수 그리스도와 만난 일은 지성으로는 측량할 수 없는 행운이었고 영성으로는 한없는 하나님의 은혜였다." 책 <이름 없이 빛도 없이>에서 공병호 박사는 전기(1884년~해방 이전)와 후기(해방 이후~19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활동했던 미국 선교사들을 조명한다. 미국 선교사들의 우리나라 진출, 선교 활동, 유산과 교훈을 살펴본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됐다. △선교사들이 내한하는 전후 한국의 정치, 경제 등의 상황을 살펴보고 △한반도에 개신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전래됐는지를 비롯해 △선교사 파송을 적극 지원했던 주요 후원자들을 살펴본다. △또 초기 미국 선교사 중 대표적인 인물 20명과 초기 순교자를 소개한다. 특히 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업적이나 기여한 바에 비해 그 동안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인물들이 소개됐다는 것이다. △조선 선교비 5,000달러를 마련해 선교의 첫 재원을 마련한 프레더릭 마퀸드 △감리교의 한국 선교 재원을 마련한 존 프랭클린 가우처 △마운트허먼 남자학교를 설립해 수많은 선교사를 양성해 한국 선교에 이바지한 히람 캠프 등이 그 주인공이다. 또 그들이 남긴 유산과 교훈을 정리한 7장도 이목을 끈다. "조선조와 구한말을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오랫동안 귀신 손아귀에 사로잡혀 어려움을 당해왔다. 내한 선교사들이 이 땅을 찾았을 때 길이 왜 이렇게 꼬불꼬불한지 의아하게 여겼다. 귀신이 쉽게 쫓아올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379p 中 공 박사는 7장에서 "선교사들은 귀신이나 악령의 불안감과 두려움으로부터 한국인들이 벗어나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즉, 수천 년 동안 미신과 귀신, 우상의 굴레 속에서 신음하던 한국인들에게 영적인 세계관을 변화시킨 대사건이며, 영적인 힘을 부여한 대사건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도 미국 선교사들은 신분에 따른 계급 제도를 해체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일제에 의한 부당한 지배를 극복해야만 하고, 할 수 있다고 가르치는 등 그들이 남긴 신앙적 유산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공 박사는 책을 통해 "세상 기준으로 보면 빛도 영광도 대가도 없는 것이 선교사들의 삶"이라며 "우리가 누리는 자유로운 삶에 선교사들이 큰 역할을 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롭고, 부유하고, 품격 있는 대한민국과 그 구성원들이 전 세계에 더 큰 책임을 담당할 수 있는 그런 나라와 그런 시민들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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